김 진 웅(청주 경덕초 교장·수필가)

올해 우리나라는 무역 1조(兆) 달러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참으로 지루한 장마 끝에 영롱한 햇빛 같고 꿈만 같은 낭보이다. 문득 필자가 교직을 시작한 1970년대 초가 아련히 떠오른다. 학교 건물 벽에 '하면 된다.'와 함께 '백 억불 수출, 천 불 소득!'이란 문구가 있었다.

'하면 된다.'는 구호는 1964년에 달성한 '1억 달러 수출'이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수출의 날'이 제정되었으며 우리가 살 길은 수출이라는 신념으로 온 국민이 피땀을 흘려 왔다.

1971년엔 10억 달러, 1977년엔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아시아에서는 1967년 일본에 이은 두 번째 100억 달러 수출이고,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숙명 같은 가난을 벗어나는 신호탄이었다.

자라나는 학생들과 일부에서는 우리가 이만큼 잘 사는 것이 저절로 된 것으로 알지는 않을까? 광복 직후 우리의 주요 수출품은 오징어, 중석(텅스텐)이고 대상국은 중국과 일본 단 두 나라에 350만 달러였다고 한다.

1960년대에는 가발과 돼지털, 섬유, 철광석 등이었고, 1970년대에 합판, 신발 등 경공업제품을 주로 수출하던 것을 1980년대 들어서 비로소 철강, 선박 등을 거쳐 요즈음은 반도체, 선박, 자동차, 휴대폰 등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가발·돼지털로 시작한 수출품이 오늘날 기술과 산업 구조 발전으로 수출품목도 첨단화, 고부가가치화가 되었다. 고유가 시대에 고도의 첨단기술을 요하기에 우리가 100% 수주하는 심해석유시추선처럼.

우리나라는 올해 전체 무역 규모면에서 중국, 미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위지만, 수출은 영국과 이탈리아 등 우리보다 먼저 무역 1조 달러를 돌파한 선진국들을 앞질렀고 조선과 중공업이 세계점유율 1위이고, 반도체와 휴대폰 2위, 자동차 5위, 철강 6위 등이고, 작년에 비해 수출증가율도 힘이 세어진 코리아 브랜드 덕분에 중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니 참으로 고무적이고 통쾌한 일이다.

외국에 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필자도 지난해 중국 연길에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아무리 우리 동포들의 조선족자치주라고 해도 우리가 시청하는 kbs를 비롯한 주요 지상파 방송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타고 있어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비롯해서 각종 우리 소식들이 좋은 소식은 긍지를 갖게 되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각종사고나 범죄 소식처럼 나쁜 소식에는 현지 사람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특히 북한 주민들과도 자주 접촉한다는 그 사람들이 우리보다 그쪽과 더 친해질까 우려도 되었다.

우리가 현재 세계 9위로 무역 1조 달러 시대에 들어서고, 머지않아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5대 무역대국으로 진입한다는 것 같은 희망적이고 온 국민을 신바람나게 하는 소식들이 많기를 갈망해 본다. 아직은 유감스럽게도 아침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면 각종 사건보고서 같아 무서운 것이 현실이지만….

동북공정을 하고 아리랑을 자기네 문화라고 하는 중국, 독도를 차지하려고 하는 일본 등을 이기고, 더욱 살맛나는 나라가 되려면, 앞으로 정치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새롭고 획기적인 각성과 변혁이 필요할 것이다.

용맹의 상징인 독수리도 40살 정도가 되면 죽게 되는데, 스스로 발톱과 깃털을 뽑아 환골탈태 하여 약 30년 더 새로운 삶을 힘차게 산다는 교훈도 있지 않는가!

/김 진 웅(청주 경덕초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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