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문학평론가·에코 색소폰 대표

90년대 미니 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45%가 넘는 시청률을 달성하면서 당대 최고의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모든 것을 갖춘 재벌 2세의 주인공 강풍호와 말단 사원인 이진주의 전형적 신데렐라 스토리로 진행된다. 작품에는 주인공이 재즈 클럽에서 색소폰으로 보사노바풍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이미지를 닮은 화려한 외관의 색소폰이 감미로운 멜로디와 조화를 이루면서 모든 남성들의 로망으로 다가왔다. 

 당시 주인공의 색소폰 연주에 열광한 20~40대는 현재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은퇴할 50~70대가 되었다. 이들은 베이비 붐 세대이거나 이후 세대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을 경전처럼 여겼다. 뿐만 아니라 근면, 성실, 인내를 삶의 이정표로 삼고 근검, 절약, 절제의 정신으로 욕망을 꾹꾹 억누르며 생활했다. 자신보다 가문을 개인보다 대의명분을 중시한 삶을 살아온 것이다. 

 이 세대는 직장에서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며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겨 본다. 이들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해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따라서 조기 축구회나 산악회를 찾아 운동장을 뛰거나 등산으로 건강 염려증을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 낭만적 추억을 떠올리며 기타나 드럼 및 색소폰 학원이나 동호회를 찾는다. 기타나 드럼은 은퇴 후에 보통의 집중력과 인내심으로 배우기에는 벅찬 부분이 없지 않다. 젊은 시절에 익히지 못한 박자와 리듬감이 레슨을 받는 내내 입문자를 괴롭히니 끝내 두 손을 드는 경우가 많다. 나이를 먹고 배우기에 가장 수월한 악기는 그래도 색소폰이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의 열정과 인내심 및 집중력만 있다면 6개월 정도만 익히면 쉬운 트로트 몇 곡 정도는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색소폰은 전문학원이나 동호회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전문학원의 경우 주 1회 1시간 정도 레슨을 받아 연주 방법을 익힌다. 하지만 학원 특성상 레슨 받은 내용을 연습할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색소폰 동호회를 추천할 수 있다. 동호회는 회원들의 음악적 지식과 연주 기술을 공유하고 교류를 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아울러 회원들에게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연주 기회를 줄 수 있어 연주 실력을 발휘하거나 성장시킬 수 있다. 

동호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워크숍이나 마스터 클래스를 개최할 수 있어 전문 강사를 초청하여 회원들에게 음악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동호회 특성상 회원 사이의 소셜 네트워킹 촉진이 가능하다. 색소폰을 매개로 서로 소통하고 친목을 도모하여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음악적 교류를 확대한다. 특히 동호회는 지역 사회 축제나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지역 사회와의 협력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결국 성인의 새로운 놀이문화로서의 색소폰 동호회는 회원 상호간에 원활한 소통과 연주 실력 향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늘 동반된다. 띠라서 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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