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청주 동물원은 얼마 전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산 갈비뼈 사자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청주 동물원에서 ‘바람’이라 불리는 이 사자는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부터 다른 동물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7년 동안 실내 시멘트 우리에서 살면서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이것이 공론화가 되어 청주 동물원에서 입양을 제안하여 성사된 것이다. 최근 청주 동물원에서 공개한 모습을 보면, 훨씬 건강해 보인다. 여름이라 식욕이 떨어질 법도 한데, 소고기와 닭고기 4kg을 한 자리에서 먹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청주 동물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원과는 다른데, 그건 여기에 사는 동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구조한 부리가 휘어진 독수리, 안락사 위기의 붉은 여우, 곰 농장에서 구조된 반달가슴곰, 귀여운 모습이 사라져 인기가 없어진 그 밖의 동물들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세 번째로 멸종위기 동물을 위한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최근에는 천연기념물 동물 보존관 지원사업에도 선정되었다고 하니, 일반 동물원과 다른 그 정체성이 확실해 보인다.

호기심이 생겨 여러 기사를 찾아보니, 청주 동물원 김정호 사육팀장의 인터뷰가 눈길을 끌었다. 단란한 가족들이 동물원에 놀러 가서 보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바로 동물들 먹이를 주는 장면이다. 무심하게 보던 자연스러운 그 장면에 대한 김팀장의 설명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에 따르면 먹이 주기 체험을 잘하려면, 동물을 굶겨야 한다는 것이다. 구경 온 사람들은 그것을 동물과 사람의 교감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청주 동물원에는 먹이 주기 체험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동물원에 가서 입장료를 내고 구경했던 동물들의 생존권이나 복지에 대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1904년 미국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는 이고로트족(Igorot)이나 네그리토족(Negrito), 모로족(Moro) 등 다양한 소수인종이 전시된 적이 있다. 명분은 다양한 인종을 연구한다는 것이지만, 백인들이 울타리 안의 원주민 부족들을 이색적인 체험으로 구경한 것이다. 이 전시회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노출이 심한 전통의상을 입고, 그들의 전통의식을 백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매일 개를 잡아먹어야 했고, 관객들이 음식을 던지며 요구하면 춤과 노래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열악한 전시환경에서 위생 불량으로 죽게 되면 연구용을 해부되거나 박제되어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인간과 동물 모두 자연의 일부로서 보자면, 우리가 생명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 인간 전시회를 통해 헤아려 볼 수 있을까? 물론 동물원에서 훌륭한 전문 사육사와 관리가 이루어지는 곳도 다수일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서식지를 떠나, 인간이 만든 환경에서 지내는 동물들에게 이유를 불문하고, 섬세한 배려와 생명권을 존중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앞으로는 볼거리가 아닌,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인간의 욕심으로 소외당하는 노쇠한 동물을 돌보고, 토종동물을 보존하는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지역에 있는 생명의 쉼터 ‘청주 동물원’은 앞으로 동물원이 나가야 할 좋은 모범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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