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지난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노상에서 30대 남성이 지나가던 행인에게 무참히 흉기를 휘둘렀다. 이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온라인에는 이번 범죄를 모방한 '살인예고'글을 알았다는 등 사고 여파도 거세다. 최근에 일어난 각종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일부 국민들에게 '안전'은 가장 간절한 소망이 됐다. 호신용품 판매가 늘었다는 기사도 나온다.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악랄한 범죄행위다. 더구나 이번 신림동 사건은 계획범죄에 가깝다. 피의자는 사건 전날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했고, PC도 망치로 부쉈다. 범행 장소는 인천 자택 근처가 아닌 과거에 방문했던 인적 많은 지역을 골랐다. 범행을 위한 흉기 역시 미리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는 초기에 약물복용을 주장하다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하는 등 감형을 목적으로 우발적 범죄를 주장한다. 

신림동 사건 피의자는 범죄 동기를 물어보는 질문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왜 나만 불행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그 어떤 사회적 불행도 묻지마 범죄의 변명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묻지마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도 묻지마 범죄를 '이상 동기 범죄'라는 용어로 규정한 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대응에 힘쓰고 있지만, 예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묻지마 범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불시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묻지마 범죄'를 대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범인은 대부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범죄 형량만 높여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막다른 골목에서 켜켜이 쌓은 분노가 사회를 겨냥하기 전에 이를 풀어줄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만든 '묻지마 범죄자의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자료를 보면 범죄자의 72.9%가 월평균 소득이 없는 상태였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거친 비율도 높았다.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소외계층을 돕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경찰의 한정된 인력만으론 급격히 증가하는 치안 수요에 맞춘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기에 민간 경비를 통한 보완도 필요하다. 민간 경비는 일상적인 감시 업무부터 유사시 초등 조치까지 가능한 전문 인력이 충분하다.

영국의 경우 인구밀집지역에 민간경비원을 배치하는 것도 실정에 맞게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민간 경비를 통해 주요 상권 중심지역 같은 위험 지대 순찰을 강화하는 등 '묻지마 범죄'를 대비한 유기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지켜야 한다. 연이은 흉악 범죄와 참사 속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로 가고 있다. 국민 안전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는 안전한가!'지금도 묻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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