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3대가 여행 떠나던 날, 유치원생 끄트머리 손주는 "우리 선생님도 함께 가야한다"며 생떼를 썼다 비행기 표 얘길 꺼내자 "날개에 타면 된다"고 울먹였다. 한데 이번 방학은 아직 근조(謹弔) 분위기다. "선생님 희생은 추락한 교권의 날개가 될 것입니다" 도교육청 분향 공간 방명록에  남긴 전 청주 원봉초 남순화 교장(교직39년)의 애도와 마주한다.

서울 서초구 소재 초등학교 20대 여교사, 극단 선택을 두고 심란하다. 교권 붕괴가 빚은 '기절초풍'이다. "교사 자격 없다"는 둥 (공무집행방해죄) 얼마나 자존심까지 뭉갰으면 날개도 펴보지 못한 채 젊음과 바꿨을까 짐작이 간다. 

"학생·학부모의 컴플레인(항의) 때문에 일단 교무실 전화 받기를 꺼린다. 그래도 학생들이 미덥다. 잘못은 바로 반성할 줄 안다" 올해 교직의 꿈을 이룬 옆 라인 새내기 박 선생 얘기다. 

◇인성 부재

문제를 따지자면 1998년 '교원 정년단축' 이다. 고(高)경력자 1명 퇴출로 신규교사 2.5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교육문맹(?) 논리를 끌어들여 다짜고짜 유·초·중등 교원만 찍어 백기 투항시킨 62세 눈물, 바로 작금의 교권추락과 무관치 않다. 그러고 나서 중초·기간제교사로 방치하다 보니 구성원 조화로움까지 파괴되어 제도와 법보다 중요한 걸 놓쳤다. 2018년 12월 인성교육진흥법 공포와 함께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에 교육과정의 무게를 실었으나 결국 지향점은 증류된 채, 선생님 1· 학생 3· 학부모 6 정도로 교권을 무력화 시킨 거다. 

상황이 절박한데도 임시방편적 땜질을 끝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습관성 레퍼토리는 여전하다. 충청북도교육삼락회(필자 소속)가 창립반세기를 넘으면서 줄곧 현장을 둘러싼 해결 프로세스로 도내 초중고 학생·학부모 대상 가족사랑 동시화전, 교원 멘토링, 청소년 선도 포럼 등 인성교육의 백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20년 도의회예결위는 느닷없이 '퇴직교원단체활동지원 관련예산' 전체를 잘라 인성의 한 축을 낭패시켜 버렸다. 어떻게 해야 이런 서사가 사라질까. 그렇다고 당장 '파업'으로 사도(師道)의 풀무질을 멈출 순 없다. 선생님 입장은 아이들 바라기인데 학부모-동료-아이 순으로 전보 내신 희망자가 몰리는 현실, 버티다 버티다 여북하여 교단을 떠날 2학기 명예퇴직 교사는 또 얼마일지 서글픈 교권 앞에 누가 '교직=천직'이라 묶었나.

◇선생님 심(心)내세요

다른 목표가 있을 수 없다. 먼저 문제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방점을 잘못 찍고 농성  쯤으로 섣부르게 피해자 행세를 했다가는 공교육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흥분은 가라앉히고 구체적 복안에 충실하라. 충청북도교육청이 학교 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교육 주체 간 각종 갈등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 다지기(충북교육 공론화 사업)에 나섰다. 사사건건 충돌해 온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였으니 얼마나 먹혀들지 관심을 모은다. 핵심은 뒤틀린 교편(敎鞭)의 심(心)고르기 즉, '교학상장(敎學相長) 정상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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