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창] 이장희 충북대 명예교수‧(사)이재민사랑본부 이사장

오송궁평제2차도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오송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으로서 이 글을 쓰기 전에도 임시가설교를 거쳐 미호강 둑으로 집으로 왔고, 하루에 두세 번 정도 지하차도 위를 통과하고 있다. 보통 궁평지하차도라 하면 오송읍 입구 지하차도를 생각하지 이번 사고 지하차도는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

나 또한 그 도로를 세종시민들이 공항이나 청주지역에 출퇴근 편하게 하기 위해 기존도로를 무시하고 행복청이 신설한 도로로 인지했고, 주민들의 이용도는 별로 없었다고 본다. 궁평제2지하차도라고 명명된지도 몰랐고 신고받은 파출소 경찰도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재난안전에 대해 순간 방심은 금물이다.

본인은 전시대비 기재부의 ‘ㅊㅁ 계획’도 컨설팅하고 NSC재난매뉴얼에도 관여했지만 극한 폭우와 홍수예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일반적으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되어지는데 일반 시민들이 법의 잣대를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설마하는 방심이 주범이라고 본다. 일이 벌어진 후에 책임소재를 따져 무엇하랴만은 이번 사고의 가장 크고 근원적인 사안은 교량신설로 인한 둑 훼손이라고 본다. 항상 통행하면서도 저 다리 밑을 푸른 비닐 덮개로 왜 싸놨을까. 비가 많이 오면 불안하게 생각했고, 오송 주민들은 기찻길 때문에 생긴 지하차도 세 곳으로 인해 수해 발생 시 빙빙 돌아서 집으로 가면서도 위험하니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한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민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공사를 위해 제방을 훼손하면서 임시적 조치 수준에 불과한 제방쌓기가 범람의 주원인이었고, K건설회사와 발주처 행복청이 공사편의를 위한게 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거기에다 임시가설교가 설치됨으로 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와류가 발생해 마대제방 위에 삽질로 덮어 놓은 흙더미는 유실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세공붕괴’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특히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부유물 등이 교각에 걸쳐 물흐름을 방해한 것도 하나의 원인에 해당된다.

미호강 뿐만 아니라 무심천도 준설의 타당성이나 필요성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무산되고 말았다. 미호강의 경우 미호종개와 자연환경보전이라는 논란 속에 반대 아닌 반대 논리로, 모래언덕이 상당수 생겨나고 자생적으로 커져 버린 버드나무 등 나무숲이 강인지 산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미호강 관리가 엉망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젠 환경보전의 전제하에 물흐름을 돕는 준설을 반드시 해야 또 다른 재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청의 미호강 공사뿐만 아니라 경찰청, 소방본부, 청주시, 충북도의 늑장 대처나 미대응도 재난관리 계획상 커다란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출동이나 재난발생 시 대응요령 등 담당자들도 숙지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민원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므로 소는 잃었지만 향후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이제는 재난담당자들에 대한 사전교육이나 도민의 안전문화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필자는 수년 전부터 안전교육프로그램을 제안해 왔지만 묵살되어 왔다. 이제라도 충북도는 시군재난담당자들을 교육시켜 대응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며, 청주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전문화교육을 실시해 교통통신원처럼 소재지역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사전감지하고 연락하는 시민네트워크 결성이 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세계잼버리 축제가 여야정치적인 공방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듯이, 이번 오송참사가 재난위기대응의 대안 마련보다는 정치권의 이해득실로 정쟁거리가 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출몰하고 있는데, 오송에 살고 있는 주민으로서 엄중히 주의 촉구 내지 경고합니다. 앞으로의 재난관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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