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상 동기 범죄(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는 철없는 모방 범죄 예고도 이어졌다. 14일 오전 9시까지 살인 예고 등으로 149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15명이 구속됐다. 그 어느 때보다 ‘신변보호’의 필요성과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이제 대형쇼핑센터 등 다중시설에는 시설물보호와 도난방지 목적의 시설경비원 외에도 고객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민간경비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다만, 경비원을 단순히 배치하거나 늘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문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경찰청공인 ‘신변보호사’는 이 같은 업무에 특화된 자격증이다. 신변보호사는 의뢰인을 위협에서 근접 보호하고자 제압 가능한 신체 조건과 경호기술, 관련 지식 등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이미 미국 등 민간경비 선진국은 개인 신변에 작은 위협이라도 느낄 때 민간경비의 신변보호 업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보편타당한 평균적인 치안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 인력만으론 갈수록 커지는 흉악범죄 위험 속에서 모든 국민을 가까이서 보호하기 어렵다. 공적 영역의 경비는 대통령 등 중요 인사를 제도로 정한 한정된 인원만 근접 경호한다. 이번 흉기 난동 사건처럼 일상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할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

사건 사고 뒤에 신고를 받아 출동하는 경찰과 다르게 민간경비는 사전에 24시간 근접 경호도 가능하다. 민간경비 신변보호사를 위험 지대나 주요 상권 지역 등에 상시 배치해 운영한다면 범죄에서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법무부, 검찰청 등 주요 국가기관은 이미 신변보호사 취득자를 경비인력으로 우대해 배치하고 있다.

대형쇼핑센터 등 다중시설에 신변보호사를 상시 의무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신변보호사 배치를 제도로 규정해 그동안 다중시설에서 이익보다 소홀히 여긴 안전에 힘쓰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부 상업시설과 경제적 수익자는 비용을 문제 삼아 고객 안전을 뒤로 한 채 영업해왔다. 이번 기회에 도급 비용을 줄이고자 효율적인 경비 업무에 맞지 않은 인원을 숫자로 채우는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신변보호사 의무 배치로 발생하는 비용은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하면 된다. 군중 밀집 지역인 상업시설과 상권 지역에서 이익을 얻은 수익자는 그에 따른 안전 비용도 이익의 정도에 비례해 부담해야 한다. 큰 이익에는 큰 책임도 따르기 마련이다.

온라인에는 코로나처럼 끔찍한 모방 범죄 전염병이 퍼지고 있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공적 경비의 치안 공백을 촘촘히 채워 줄 ‘다중시설 신변보호사 의무 배치’ 같은 민간경비 활용을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국민 안전은 어떤 이익보다 크고, 국민 생명은 어떤 가치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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