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나 더 하라’ 19세기 미국의 대중적 시인으로 꼽히는 롱펠로우 얘기다. 어디를 가나 말 많은 사람 천지다. 심지어 겨우 말을 배우기 시작한 유아들도 부모를 기절시킨다. 철근 빼먹은 아파트를 ‘순살’로 어쩌면 언론의 표현이 놀랍다.

정치인(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김은경)의 ‘여명(餘命) 비례투표’ 합리화 발언에 폭염보다 펄펄 끓었다. 가족 대화 중 “민주주의 국가는 1인 1표인데 왜 미래가 없는 분들이 똑같이 표결하느냐. 미래엔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북 치고 장구(양이원영 의원)까지 이것저것 되는대로 지껄였다. 다른 쪽(국민의 힘)에선 ‘경로당 1곳당 10만원씩 냉방비를 특별하겠다’니 한심한 발상이다. 아무리 말로 버티는 정치라지만 노인층 개 무시다. 아픈 노년, 누구에게나 온다.

◇진정성은 어디가고

대한노인회가 당사자를 땡처리(복사한 사진의 뺨을 때림)하던 날, 서울 N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다.

‘교직 정년 후, 충북교육삼락회(퇴직교원단체) 재능기부를 키워드로 다문화 멘토링 봉사 관련 내용을 취재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부탁 아닌가. “투표권조차 언제 잘릴지 모를 꼰대들한테 무슨 우수사례 발굴?”괜시리 화살이 엉뚱해 미안스러웠다. 혹여, 정치판의 부탁였다면 언어폭력 피의자 신분이 돼 수사 개시를 기다릴 뻔했다.

폭주하는 민원에 질식할 공직자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오송 지하도 참사’ 초동 대처 갈증은 여전하다. “제가 거기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구설수를 탔다. 물론 그렇다. 의사의 응급환자 처치와 같을 순 없겠지만 상식에 비추어 광역단체장으로서의 언행은 엉뚱하고 굼떴다. 돌이켜보면 지난 충주 산불 해프닝 이후 곪아 청주 물난리에서 터졌지 싶다.

그 무렵 홍준표 대구시장 또한 수해 골프 면박을 받자 “공직사회에서 주말에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없다”며 불쑥 내뱉었다 결국 사과-징계-수해 복구로 비틀거린 수모, 병주고 약준 꼴 났다. 누구든 실수하며 산다. 핵심은 떳떳한 이실직고(以實直告)보다 입에 발린 그놈의 궤변이다. 요리조리 비키(弄奸)려다 마지못해 조아리는 사과(사죄), 속 좁은 처사다.

“하수는 봉합하고 고수는 통합한다”(경희대 이동규 교수) 공직자의 말엔 날개가 달렸다. 아무리 근질거려도 뜸 들기 전엔 혼자 삭여야 한다. 허균이 백성을 가리켜 “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라며 ‘호민론’에 집착한 이유를 알만하다.

◇정치권의 철근 보강

세상에 영원한 갑(甲)은 없는 법, 선출직 공직자가 특히 분신처럼 챙겨야 할 염치가 있다.

‘어떻게 이 자리에 왔는지. 바깥출입 힘든 병든 노인에게까지 매달려 표 구걸했는지’ 스스로 채찍해보라. 자신을 지켜줄 무기란 오로지 본인이다. 청지기란 오로지 조신한 언어와 대국민 봉사를 디테일로 뿜어낼 때 빛난다.

“이런 재앙시국엔 어느 부서 책임자든 구두도 벗지 말고 야전침대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일손이 모자란 들녘에선 7~80대가 온열질환으로 여럿 쓰러지는 판에 넋 나간 소리들, 오만 아닌가.” 이돈희(청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장의 절규를 덧붙인다. 생각 좀 하고 말하라. 순살 아파트보다 정치권 철근 보강이 훨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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