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천하태평(天下泰平)’이란 말이 있다. 정치를 잘해 온 세상이 평화로운 상태를 일컫는다. 반대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두렵다고 했다. 정치는 그만큼 국민 행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렇다면 좋은 정치는 무엇일까. 가장 기본인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좋은 정치다.

정치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잘못된 정치는 정의, 공정, 상식, 법치 등 사회 기본 가치를 무너뜨린다.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 흉악범죄, 분노범죄도 늘어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무차별 흉악범죄 역시 정치와 경제여건과 무관하지 않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비관주의가 확산된다. 국민이 실망하게 된다. 실망은 분노로 이어진다. 결국 정의롭고 공정하지 못한 사회라는 인식과 촘촘하지 못한 사회안전망 속에 실직, 빈곤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자포자기 상태인 개인의 분노는 사회로 향한다. ‘나만 피해 볼 수 없다’는 정신적 빈곤을 동반한 범죄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흉기를 휘두르며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선량한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며, 치안비용을 증가시켰다.

국민들은 방검복, 삼단봉 등 호신장비 구입으로 ‘각자도생’이라 체념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분노범죄의 불씨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모방범죄 글이 올라오는 등 범죄 수법을 따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바르게(政) 다스릴(治) 의무를 지닌 책임자들은 국민을 안심시킬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처럼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만으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범죄를 막기 어렵다. “어차피 망한 인생 될 대로 대라”라는 자포자기형 범죄자는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근 일어난 ‘이상동기범죄’이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의 말대로 사회적 박탈과 좌절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 복지 강화와 범죄 동기의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치가 바로 서야 한다.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른 사람은 정의, 공정, 상식에 맞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정치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정의롭지 못한 불평등, 불공정 사회라는 인식이 계속 이어진다면 정신빈곤자들은 더 분노하게 되고 사회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폭발하게 된다.

어느 시대나 사회 갈등은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행복한 ‘치세’와 국민이 위태로운 ‘난세’로 갈라진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을 정치가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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