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오랜 폭염과 집중호우 그리고 반복되는 ‘묻지마 범죄’ 등으로 우울하다가 모처럼 기쁜 소식을 접하고 큰 박수를 보낸다. 한미일 3국은 8월 18일(현지 시간)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정상회의 정례화 및 각종 협의체 신설에 합의했다. 안보 경제 등 각 분야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해 각국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협력의 제도화를 해서 든든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후 부친상(父親喪)을 당하여 장례를 모시자마자 잠시도 쉴 겨를이 없이 한미일 정상회의를 위하여 급히 출국할 때 너무 안타까웠다. 필자는 최근 종합건강검진을 받고서도 그날 무척 피곤하였는데…….

매스컴에서 연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한 보도가 이어져 되새겨보았다. 정치가도 시사평론가도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나하나 보고 들으며 국격이 높아진 대한민국의 역할에 감동하였다.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외신들의 이목이 쏠렸다.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 주도로 이뤄진 한일관계의 해빙에 힘입어 한미일 3국 간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라는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과거사 문제를 넘어 일본과의 화해를 모색했다”며 “특히 올해 봄 강제징용 관련 해법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조치들이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합의와 약속들로 이어지는 기반을 다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과의 화해를 향한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는 동북아시아의 역할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힘입어 더 긴밀하고 지속적인 한미일 관계를 구축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한일관계가 최근 윤 대통령 주도로 상당히 개선됐다”며 “지난 1년간 한일관계는 빠르게 해빙됐다”, CNN방송은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위협 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12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역사적 문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제쳐두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미국 정부 관리들은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때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3자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등 저명한 외신이 3국 정상회의의 필요성과 성과를 대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경제 및 군사적 야망 등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하면서 3국 협력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인식하게 되었고, 한미일 정상회의는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역사적 고충을 넘어선 위대한 금자탑을 세운 것이라 여겨진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정보·안보에서 산업·기술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분야를 망라한 협력 방안을 문서로 제도화한 것이다. 그동안 3국 협의는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이 심했는데,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각 레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참으로 온갖 난관을 어렵게 극복하고 이루어낸 쾌거라고 여겨진다.

한미일 3국은 각각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으로 연결돼 있으나 그 밑변에 해당하는 한일 관계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했고, 앞으로 무엇보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영향받아 좌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계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일이 과거사 문제로 언제까지나 갈등하며 퇴보하고, 악화시켜 한미일 3국 관계가 와해되기를 바라는 세력에게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여야(與野) 간 이견이 있더라도 국익을 우선해야 하고, 북·중·러의 결속과 반발도 예상되니 슬기롭게 잘 극복해야 하겠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으로 명명된 3국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을 담은 정상 공동성명 하나하나가 감명스럽고, 특히 다음 내용이 가슴에 와닿고 설레게 한다.

한미일은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지속 견지한다. 우리는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며, 납북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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