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이희영 배재대학교 기초교육부 교수

폴 랑그랑은 1965년 12월 파리 유네스코 국제회의에서 학교 중심의 교육체계를 비판하며, ‘교육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에 걸쳐 계속되어야 하고, 개인이나 사회의 영속적인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핵심 가치는 개방을 통한 통합이다. 전통적으로 청소년 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교육 시기와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던 학습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인간의 통합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인간의 발달은 특정 시기, 특정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평생에 걸쳐 인간은 발달하고 성장해야 하며, 그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야 한다. 게다가 사회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인간이 적응하고 배워야 할 것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성인이 되기 전에, 그리고 사회에 진입하기 전에 배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나면, 사회에 진입하고 나면 더 이상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약화된다. 28.5%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2022년 평생교육 참여율이 그것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먹고 살기 위한 생의 전선으로 뛰어든 다음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배움을 위한 시간도, 공간도, 비용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평생교육은 한 인간이 성숙하기 위한 일생의 교육에서, 취업교육과 취미교육으로 전락하고 만다. 실제 주변의 평생교육 사례를 보아도 다음 직장을 얻기 위한 직업 교육, 은퇴 후 시간과 비용이 넉넉한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교육, 아쉬웠던 학력을 보완하는 교육 등 몇 가지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 지원이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

참고로 올해 2023년 교육부의 교육 분야 예산 배정액은 약 96조(84.3%)이다. 이중 유아 및 초·중등교육에 약 81조, 고등교육(대학교육)에 약 13.5조(14.2%), 평생·직업교육에 약 1.4조가 배정되었다. 유아 및 초·중등교육에 배정된 예산이 84.3%인데, 25세 이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직업교육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전체 교육 예산의 1.5%에 불과하다. 교육 대상자는 제일 많으면서도 예산 배정액은 가장 아이러니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몇 가지의 형태로 단순화되어 있던 평생교육의 방법이 달라지는 흐름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교육부의 2주기 대학의 평생교육지원 체제 지원사업(LiFE 2.0)사업이다. 2주기 라이프 사업의 핵심은 지역에 정주하고 있는 성인학습자의 지속적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정 운영이다.

대전·충청지역에서는 배재대, 청운대, 한국교통대, 백석문화대, 충북보건과학대, 건국대(글로컬), 서원대가 최종 선정되어 내년 신입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중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배재대는 토털라이프스타일링전공, 토털라이프케어전공,지역소상공비즈니스전공을 마이크로디그리 체계로 운영한다. 성인학습자가 전 생애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를 주제나 수준에 따라 구분하고 맞춤형으로 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직업이나 취미 중심의 성인학습자의 교육이 전 생애의 자기 발전을 위한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누구나 원할 때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누구나 필요할 때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생교육 대전환의 촉매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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