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정부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이상동기범죄’대책을 마련하고자 분주하다. 경찰에 플라스틱 재질 탄환을 사용하는 저위험 권총을 보급하고, 101개 기동대에 흉기 대응 장비를 지급하겠기로 했다. 상황별 대응 제압 훈련, VR 장비 등 모의 훈련시스템도 도입된다.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예산은 1조 원 넘게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는 치안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활용 가능한 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허전함이 있다. 공경비(경찰)와 함께 국민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담당하는 민간경비가 해야 할 대책은 빠져있다. 경찰만으론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 범죄의 예방과 대응은 공경비와 민간경비가 긴밀히 협조하여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발표에서 민간경비를 활용한 대책은 빠져있다.

민간경비업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에 묶여있다. 이번 흉기난동 사건에서 보듯 국민 안전과 치안유지를 위한 민간경비의 법적 권한 확대와 제대로 된 장비 보유가 필요하다. 민간경비에게 일정 부분 강제력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삼단봉과 가스총 등 호신용품 수준의 장비 대신 테이저건 등 실효성 있는 제압 무기를 소유하도록 해야 한다.

교통유도경비 제도 역시 도입해야 한다. 현재 부족한 치안 인원을 메꾸기 위해 ‘의무경찰’ 부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민간경비의 교통유도경비 제도를 도입한다면 경찰력 낭비 없이 각종 공사 현장, 도로 등의 교통사고를 방지해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더불어 일본처럼 교통유도경비에 다중 혼잡상황 업무를 추가할 경우 행사, 집회 등 다중 밀집 지역에 투입돼 ‘제2의 이태원참사’를 막을 수 있다.

민간경비업자나 경비원이 업무 수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누군가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이를 보상해 줄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현행법으로 실제 손해배상까지 이어지기 어렵다. 영세한 경비업자의 재원 사정 때문에 손해배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민간경비 수요자인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값비싼 특정 보증보험만으론 국민 피해를 오롯이 보상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경비 업무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는 ‘경비공제조합’을 반드시 설립하도록 해야 한다. 경비공제조합이 생겨 가입을 의무화하면 피해보상을 보장할 수 있다. 국민이 생명과 안전을 민간경비에 믿고 맡기며 피해 발생 시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련 법안을 담은 경비업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민간경비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공경비·민간경비의 협업 없이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한 국가의 본질적 기능 수행을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50년간 숙련된 민간경비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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