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맥주 양산 1명 구속 3명 수배

인체에 해로운 하이타이를 섞어 가짜 맥주를 제조, 이를 다량으로 판매해 오던 일당 4명이 경찰에 꼬리를 잡혀 애주가는 물론 시민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

29일 제천경찰서는 서울시 영등포구 흑석동 李(이)화순씨(50)를 보건범죄 단속특별법 위반 혐의로 긴급구속하고 서울시 중구 이현동 정병무씨(35) 등 3명을 전국에 수배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확대될 듯한 이 사건의 실마리는 시중에 거품이 너무 많이 나는 저질 맥주가 나돈다는 정보에 따라 수사를 펴온 결과 맥주 1병에 합성세제 종류인 하이타이를 풀어 2병을 만들어 판매해 왔음이 밝혀졌다.

이들 악덕 도매상인 4명은 지난 72년 8월부터 73년 7월 30일까지 가짜 맥주 76상자(1천4백44병)를 만들어 제천읍 중앙로 1가 고려상회에 1상자 당 4천7백원씩 팔아왔다. <8777호·1973년 8월 31일자 3면>

 

‘어처구니 없다’란 말은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어처구니(於處軀尼)는 ‘맷돌의 손잡이’를 말한다. 맷돌을 쓰려고 하는데 그걸 돌려야 하는 손잡이가 없으니 얼마나 황당할까. 왕궁 등의 처마에 장식된 ‘토기’ 또한 ‘어처구니’라고 한다. 궁궐을 지으면서 처마에 ‘어처구니’를 올리지 않았다가 뒤늦게야 ‘어처구니’가 없음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기사에 등장하는 ‘하이타이’는 빨래 등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세제다. 인체에 치명적인 세제를 혼합해서 만든 술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먹는 것 가지고 ‘장난질’ 하는 족속들은 늘 있었나 보다. 세제를 섭취하게 되면 거품을 뿜으면서 쓰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심한 경우 계면활성제 등의 성분이 혈액으로 들어가 혈색증이나 호흡 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속이 시커먼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싸구려 양주를 섞어 만든 가짜양주를 취객들에게 속여 팔았던 짓은 ‘양반축’에 속했다고 할까.

조선시대 청백리이자 ‘술꾼’으로 유명했던 손순효(孫舜孝·1427~1497년)에게 성종이 은으로 만든 작은 술잔을 내리면서 이걸로 하루 석 잔만 마시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술잔을 망치로 얇게 두드려 펴 사발로 만든 뒤 거기에 술을 부어 들이켰다고 한다.

태종이 둘째 아들 효령대군을 두고 왕세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 중에 하나가 ‘보(효령)는 술을 못 마시는데 그래서야 어디 외교나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술을 마시지 못해서였을까, 그는 세종의 왕위 계승을 지켜보며 비구가 됐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술을 담가 먹으며 정을 나눴다. 술을 거르고 난 뒤 생기는 술지게미는 배고픈 아이들에게는 밥과 같았다. 재강, 술비지, 조박(糟粕), 주조(酒糟)라고도 부른다.

어른들이 조금씩 나눠준 술지게미의 맛은 참으로 묘했다. 그런데 그걸 넙죽넙죽 받아먹다보면 아이들은 술에 취해 헤롱헤롱. 그렇다고 에미 애비도 모를 만큼 인사불성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허가없이 민간에서 술을 제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박목월 선생의 ‘나그네’가 보았을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은 이제 머언 향수로만 남는다./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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