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고객과 기업 사이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출발점은 의외로 연애와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얼 원하는지, 원하는 것을 해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를 떠올려보라” (이향은, ‘밀당의 고수’)

요즘 고객과 잔뜩 날선 곳이 있다. 방학 중, 서울 서이초등학교 여교사 근조로 그토록 아팠는데 49재를 앞두고 이번엔 '공교육 멈춤'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연가·병가·재량휴업을 써가며 국회 앞 대규모 추모 집회 계획을 전면 취소하여 일단 걱정은 덜게 됐지만 밀당도 선이 있다. 너무 나갔다.

◇차근차근 서둘러야

담임 기피를 할 만큼 헷갈리는 교육현장, 학생의 수업 방해나 문제행동 발생 시 덜컥 먼저 떠벌렸다간 수습은 물 건너간다. 묻어두고 교사 혼자 가슴앓이에 들 정도로 불편한 진실은 부지기수다. 교육이 생명력을 잃었다. 추락한 자존감에 사부제(師父弟) 위계 붕괴까지 ‘훅’ 갔다.

“학대 의심 신고만으로도 교사는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하고, 담임 박탈‧출근 정지 등의 조치를 감수해 왔다. 설사 무혐의나 무죄 판결을 받아도 심신은 만신창이가 된다.” (중앙일보 23.7.28.자) 더 가팔라질 거란 아이러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떠밀기’ VS ‘xx탓’으로 죽사발을 만들고 있다. 무슨 문제인지 도무지 실감을 잘 못하는 것 같다. 교육부 움직임조차 의문이 많다.

필자도 40여년 교직경험을 딛고 몇 년째 대학 강단에서 예비 선생님들을 향해 ‘볕은 앉아서 기다릴게 아니라 끌어오는 자세로 뜨거워져야 한다. 가르침의 손길 따라 자라고 멈출 수 있으므로 교사는 제2 부모다’ 주문처럼 되풀이하지만 여전히 오류에 빠진다. 교생실습 중 툭하면 학부모들이 학교로 찾아와 호통치는 상황, 교직의 혼돈이 서린다(견뎌내지 못할 것 같다)니 할 말 다했잖은가.

갑질‧악성 민원인 경우 교사 개인보다 학부모‧교원‧지역사회를 연계한 대응과 제도적 방책이 필요하다. 마침내 교권보호 차원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손질을 서두른다는 뉴스다. 그렇다고 남사스럽게 여기저기 대고 면책 청구서(조항) 남발은 말자. 별수 없을 땐 수를 내지 않는 편이 낫다. 단박에 좋은 답으로 해결하면 최상일터 자칫 낭패 보기 십상 아닌가.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경(經)
학부모 상담주간 뒷담화다. 담임 선생님과 첫인사도 끝나기 전, 대뜸 ‘문제아’ 뉘앙스로 언짢은 훈계만 늘리더란다. 재판장 앞 피의자처럼 쫄았다며 교사와 학부모 간 쫙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설마, 그럴 리가?’ 언제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교사‧학부모 상담 대화 모두 녹화할 경우 범법자 심문처럼 ‘교사 권리, 학생 인권, 학부모 참여권’은 헝클어지고 만다. ‘자기 아이에 부메랑 되는 게 싫어 참았다는 학부모’ VS ‘난 더 당했다며 서슬 퍼런 선생님’ 거기까지면 족하다. 지나치면 독이 된다.

엉덩방아를 찧더라도 사도 경(師道 經)을 헤맬 순 없다. 녹음기‧셀프캠 무장? 엉뚱한 이유로 ‘교육정상화’가 망가져서는 정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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