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식당에 가면 음식을 앞에 놓고 두 손 모아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기독교인들이다. 이상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믿는 신과 가르침에 충실하려는 모습은 숭고함마저 느끼게 했다.

음식을 놓고 기도하는 것은 기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신을 믿는 종교는 항상 식사 전에 기도를 한다. 음식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니, 세상을 창조한 신에 대한 감사의 순간을 표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불교에서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부른다. 세간에서는 하루 세끼의 밥을 먹는 것을 식사라고 한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도 지인을 만나면 아랫사람에게는 “밥을 먹었느냐?”라고 인사하고, 어른에게는 “진지를 드셨느냐?”고 여쭙는 게 예의다.

우리는 오랜 농경문화여서, 밥을 먹는 게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매일 세끼를 먹는 식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공들여 식탁을 준비하고 있는가? 요즘은 물질이 풍부해 먹거리조차도 넘쳐나 먹을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 몸의 균형이 깨져 병이 오는 심각한 상황이 빈번하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하나의 씨앗이 세월을 더해 열매를 맺기까지 온 우주가 힘을 쏟아 만들어진다. 태양은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내고, 대지는 가진 것을 양분으로 내놓는다. 여기에 농부들의 노동이 더해 지면 음식을 만드는 재료가 제공된다.

그래서 공양은 한 방울의 물에 천지의 은혜가 스며들어 있으며 한 알의 곡식이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공양은 베풀어 공(供), 기른다 양(養)자를 쓴다. 우리가 음식을 받는 것은 온 우주와 뭇 중생들의 시은(施恩)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때문에 기독교인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되는 기도문이 하느님을 향해 있다면 불교의 공양의 기도문은 자신을 향해 있다. 음식은 온 우주와 중생이 함께 노력한 결실이며 그 공덕으로 얻게 된 음식이여 양약이며 정진을 위한 격려의 결실이기도 하다.

음식은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자연의 고마움으로 만들어진다. 쌀 한 톨을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의 의미를 잊어서는 안된다. 감사와 공경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밥을 먹는 것은 음식이라는 대상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그 마음가짐이 바로 은혜에 대한 감사, 즉 감은(感恩)이다. 음식을 대할 때마다 그 음식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자연환경의 고마움은 물론, 음식을 베풀어준 시주자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는 것이 바로 공양의 마음가짐이다.

이 감사에 수반되는 마음가짐이 바로 공경이다. 조상에게 갖가지 정성스러움의 공경한 마음을 근본으로 하는 이유다. 따라서 감사와 공경, 이것이 바로 말에 담긴 기본 정신이다. 우리는 음식의 풍요 속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이 먹고, 자주 먹고, 많이 버린다. 북쪽 동포들은 식량난으로 굶어 죽는데 우리는 늘어나는 살을 주체 못해 난리다. 탐욕의 물결에 그대로 휩쓸리고 있다. 우리는 많은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가 땀을 흘려 마련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들의 은혜, 즉 시은(施恩)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올리지 못할망정 고마움을 잊지는 말아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문제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더 크게 부여돼야 한다. 음식이 내 몸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라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맛을 우선시하고 미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생각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감사와 공경,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과 제철에 나는 음식 재료를 이용해 하나의 음식이 되기까지 서로 다른 재료들이 어우러져 제 역할을 함으로써, 자연환경과 인간이 함께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상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음식을 미각의 만족을 추구하는 대상이 아닌 감사와 공경의 대상, 그리고 몸을 지켜주는 좋은 약으로서 건강을 얻을 수 있기에 그 고마움을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의식동원(醫食同原) 약과 먹는 것은 그 근원이 같다. 먹는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는 약을 먹고 있는가? 아니면 과잉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가?

연잎에 빗방울이 모이면 한순간에 비워, 다시 빈 잎이 되는 연잎에 그 해답을 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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