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수산업이 울상이다. 한국의 어업이 낭떠러지를 향하고 있다. 어민들은 통곡한다. 국민들은 혼란에 빠져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 우왕좌왕하고 있다. 국민을 안정시키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정치인데 오히려 정치권이 국민을 더욱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걱정이 태산 같다. 한번 수산업이 무너지면 이를 복원시키는데 엄청난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첫날인 8월 24일 오염수 처리부터 방류에 이르는 단계별로 수집된 안전성 평가 데이터를 처음 공개했다. IAEA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처리 오염수의 방사선량, 처리 오염수의 유량, 오염수 희석에 쓰일 바닷물의 방사선량, 희석용 해수의 시간당 유입량, 희석 후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 수직축으로 분석한 희석수의 방사선량 등 6가지 데이터에 대해 기준치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한 24일 오후 안전 점검 활동의 하나로 일본 도쿄전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공한 오염수 방류 관련 실시간 데이터도 이날 처음 IAEA 웹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처리 및 방류 절차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모형도를 통해, 단계별 흐름에 맞춰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은 실시간 데이터가 표시되는 방식이다. 가장 큰 관심 대상인 '희석 후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L당 206베크렐(Bq)로 나타났다. 방사성 핵종인 삼중수소는 오염수에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친 뒤에도 물에 남아 있어, 방류 시 바닷물에 녹아들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식수 수질 가이드 상의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는 1만Bq/L이다. 이날 측정된 수치는 WHO의 기준에 못 미치며, 일본이 방류 오염수 규제 농도 한계선으로 보는 1500 Bq/L보다도 농도가 낮다. 오염수를 희석 시설까지 이송하는 펌프에서 측정한 오염수의 방사선량은 5.4 CPS다. CPS는 초당 방사선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며, 5.4 CPS라는 수치는 방사선이 “예상치 못한 수준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IAEA는 설명했다. 처리된 오염수 유량은 시간당 18.9㎥로 나왔다. 이는 희석 시설까지 이동하는 오염수의 시간당 유량을 뜻한다. 희석용 해수의 시간당 유입량(시간당 1만5190㎥), 희석수의 수직축 방사선량(4.9 CPS) 등 다른 데이터들도 모두 “예상치 못한 수준의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IAEA는 밝혔다.

1993년 러시아 정부는 1959~92년 사이 소련이 동해와 북극해에 핵폐기물을 무단 투기했다는 충격적인 조서를 발간했다. 거기에는 원자로 14기와 원자력 잠수함도 있었다. 우리 정부는 해수와 어류 오염을 조사한 결과 방사능 오염이 없다고 발표했다. 인공적 방사성 핵종은 어떤 경로로 발생하든 간에 지구표면의 71%를 차지하는 바다로 흘러들게 된다.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사고로 발트 해와 흑해는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나 방사능은 시공간에 따라 해수 기둥의 수평 이동과 수직 이동, 퇴적물의 재부유, 먹이사슬의 연쇄와 이동 등에 의해 희석되므로 “영향이 미미하다”로 관측됐다.

21세기 들어 핵실험을 한 경우는 북한뿐이다. 2006년부터 여섯 차례 했다. 지하핵실험이므로 방사능 유출이 전혀 없다는 북한 주장과는 달리, 2017년 벨기에 과학자들은 “2016년 일본에서 관측된 방사성 제논의 분포가 북한의 지하 핵실험과 관련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BBC는 지표면이나 해상에서 대기권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국제적으로 금지되고 가장 오염이 큰 핵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바다 건너 이웃 나라가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사고의 오염수를 처리해 국제기준에 맞게 방류한다는 계획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다. 과학을 무시한 대가는 국민 피해와 국력 소모의 사회적 비용이다. 역사적으로 과학기술계와 반대진영의 논쟁은 이성·합리성·효율성 대 감성·직관·불신의 대결이었다. 이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IAEA 6가지 데이터에 대해 기준치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의 정보를 실시간 정확히 제공하길 바란다. 앞으로 끊임없이 IAEA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강력히 대응해나가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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