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꽃 중의 꽃 무궁화꽃 삼천만의 가슴에/ 피었네 피었네 영원히 피었네/ 백두산 상상봉에 한라산 언덕 위에/ 민족의 얼이 되어 아름답게 피었네…….”

‘꽃 중의 꽃’이란 노랫말처럼 산책할 때나 나들이할 때 제일 사랑스럽고 관심을 끌게 하는 꽃이 무궁화이다. 요즘 무궁화가 한창 만발할 때이지만 기후 탓인지 다사다난해서 내 마음이 심란한 탓이지 눈에 많이 띄지 않아 안타깝다. 작년에도 활짝 피었던 국립청주박물관 입구에 있는 무궁화도 올해는 조금 피어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로수는 전에는 플라타너스가 많았지만, 점점 벚꽃나무와 이팝나무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머리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가로수나 공원 같은 곳에도 나라꽃 무궁화를 많이 심고 잘 가꾸어야 바람직한데…….

무궁화는 생존력이 강해 수많은 침입에도 끈질기게 견뎌온 우리 한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졌다.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가사에도 있듯이 전국 방방곡곡에 무궁화가 많이 피도록 온 국민이 정성껏 가꾸고 사랑해야 하겠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마을과 학교마다 무궁화동산을 조성하여 나라꽃 무궁화를 통하여 나라 사랑하는 태도를 길러왔지만, 최근 무궁화의 인기는 시들하다. 산림청이 실시한 ‘2022년 무궁화 국민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무궁화는 꽃나무 선호도 8위(5.7%)에 그쳤다. 1위는 벚나무(18.1%)였다. 무궁화의 선호도가 낮은 이유로 응답자의 절반 이상(54%)은 ‘흔히 볼 수 없음’을 꼽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2년 전국 가로수 중 무궁화는 4.7%에 그쳤다. 벚나무(왕벚나무 포함)는 14.9%였다. 각 지역에서 벚나무를 가로수로 선호하는 이유는 봄철에 벚꽃이 만발할 때 상춘객으로 붐비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좋은 데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해 가림막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궁화는 묘목 특성상 가지가 줄기 하단부터 뻗어 나와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만약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면 무궁화동산이라도 제대로 조성하여야 하겠다.

지난 8일은 ‘무궁화의 날’이었다. 정부 공식 기념일은 아니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 민간단체에서 2007년에 제정하였다. 무슨 연유로 8월 8일이 무궁화의 날일까? 숫자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 모양이 되기에 시공간이 끝이 없다는 뜻의 ‘무궁(無窮)’과 연결하여 이날을 무궁화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한자로 무궁화(無窮花)는 ‘쉴 새 없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나는 꽃’이라는 뜻으로, 보통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 동안 피고 지는데 특히 8월에 절정을 이룬다. 무궁화는 애국가 후렴구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들어가면서 우리 민족의 상징이 됐고, 현재도 국가 공문서와 휘장 등에 무궁화꽃이 도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나라꽃 무궁화의 날인 8월 8일은 ‘세계 고양이의 날’이기도 하다니 무궁화의 날 행사에 악영향을 끼칠까 봐 우려된다.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이 고양이 인식 개선, 유기묘 입양,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한 고양이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2002년 창설한 날로 매년 8월 8일이다. 나라마다 고양이의 날을 따로 지정해 이를 기념하고 있다니(미국은 10월 29일, 러시아는 3월 1일, 일본은 2월 22일 등)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고경원 작가를 중심으로 9월 9일을 고양이의 날로 정한 바 있으니, 우리나라는 무궁화의 날과 겹치지 않도록 고양이의 날을 9월 9일로 정했으면 좋겠다.

무궁화는 고조선에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단을 장식하는 꽃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조선 시대에는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하사한 어사화였고,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는 기공식에서 학생들이 부른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가사가 등장하며 독립운동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태극기 사랑과 함께 나라꽃 무궁화를 사랑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 산책길이나 공원 등에서 무궁화를 만나면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나라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관, 회사, 학교,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 무궁화 가꾸기를 제도화하도록 조례와 시책을 제정하여, 의무적으로 무궁화동산(동산을 만들기 어려운 곳은 무궁화나무 심기)을 만들도록 법제화하여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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