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대성 수필가·벨로체피아노 대표

“둘만 낳자”

“뭔 뜬금없는 얘기야?”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낮아지면서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명 대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우표를 정리하다 보니 정사각형의 조그마한 보통우표가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그네 타는 남녀 어린이가 도안 된 20원짜리 캠페인 보통우표인데 44년 전인 1979년 5월 7일에 발행된 우표다. 그 당시 우편 요금이 20원인 때인데 여기에 “둘만 낳자”라는 캠페인 문구가 쓰여있다. 우표를 수집한 지가 50여 년이 가까워져 온다. 그동안 수집한 우표를 낮 장으로 계산하면 수만 장은 족히 될 듯싶다. 우표를 수집하다 보면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지리, 역사 등을 알 수 있어 여러 지식과 소양을 넓혀 주어 좋다.

이 우표가 나왔을 당시만 해도 합계출산율이 3명 정도가 되었다. 1년이면 86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지금과 비교하여 3.5배 나 많은 출생아가 태어났다. 자녀가 많으면 교육비 부담과 가정생활이 어려워지고 많은 출산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해치기도 했다. 그래서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것이 나라를 위하고 자녀를 위하는 길이라 했다.

우표만 아니라 주택복권, 예금통장, 담뱃갑에도 이 표어를 넣었다. 가족계획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불임시술이 대대적으로 행하여졌고 1978년 한해에만도 24만 명의 남녀가 불임시술을 받았다 한다. 이때는 가족계획에 협조하면 많은 혜택을 주었다. 남자들은 예비군 훈련도 면제해 주고 아파트 청약권까지 주었다.

이러한 정책이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모범적인 가족계획 국가가 되었다. 이로 인해 ‘불임시술 국제대회’가 1979년 5월 7일부터 5일간 80여 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고 가족계획 캠페인 보통우표가 발행된 것이다. 그래도 인구가 늘어나자 80년대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고, 1986년 9월에는 여자아이가 밝게 웃는 얼굴이 도안 된 “하나 낳아 알뜰살뜰”이라는 80원짜리 캠페인 보통우표가 또 발행됐다. 출산율이 줄지 않는 것이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 때문이라 생각했는지 우표 도안에는 여아를 내세웠다.

이이러니 하게도 2008년에는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나라’라는 250원짜리 특별우표가 발행되었다. 아무런 근심 없이 아이를 키우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보자며 세계우표디자인공모대회에서 선정된 작품을 우표로 발행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 아이 덕분에 행복이 넘치는 가정, 반면에 아이가 없어 웃음도 없는 가정의 모습을 그린 두 종의 우표다. 이때 유행했던 표어가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였다. 저출산의 위기감을 이때부터 느꼈다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의 부작용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과거의 이러한 인위적인 노력과 쇠뇌에 의한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1970년에 100만 명이던 출생아 수가 반으로 주는 데 40여 년이 걸려 2012년에 50만 명 정도로 줄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불과 10년 만인 작년에 또 절반이 줄어 출생아 수가 25만이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보다 낮은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불과 10년 전인 2012년 합계출산율 1.3명에서 현재는 절반 수준인 0.7명으로 떨어졌으니, 먼 훗날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존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한 표어로 “둘만 낳자”를 외쳤다면 이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한 표어로 “둘만 낳자”로 바꾸어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둘만 낳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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