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맞는 상가 풍성

 

11일은 우리나라 2대 명절 중의 하나인 秋夕節(추석절). 한가위라고도 불리우는 추석절을 하루 앞두고 淸州(청주) 지방을 비롯, 도내 전 지역에 걸쳐 달갑잖은 비가 뿌려 추석절을 맞이하는 시민들의 표정을 어설프게 만들어 놓고 있다.

10일 상오 11시 현재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고 우산을 받쳐들고 차례(茶禮·다례) 준비를 위해 장에 나온 주부들의 발걸음이 바삐 움직였다.

청주시내 중심상가의 상인들은 예년과 비슷한 추석경기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목이기도 한 이날 물건이 많이 나가리라고 생각했는데 비가 와 틀린 것 같다고 걱정들이다.

비가 뿌려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을 실어 나를 차량 준비에는 이상이 없다.

大田(대전), 報恩(보은), 서울 방면 등 3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 俗離(속리)관광에서는 10분(서울), 20분(大田), 30분(報恩) 간격으로 계속 운행할 준비를 마쳐놓고 있는데 하오부터는 붐비는 귀성객에 대비 운행시간을 단축시킬 계획이다.

열차편을 이용하게 될 귀성객들의 최대 편의를 돕기 위해 청주역에서도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추석 전후의 택시, 버스 등 횡포를 막기 위해 경찰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하략) <8786호·1973년 9월 11일자 3면>

 

추석이 되면 아이들 마음은 늘 마을 동구밖 느티나무로 향했다.

대처로 돈 벌러 간 누이의 손에 들려있을 선물보따리를 떠올리며 아이들은 몇 백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제나 저제나 귀성길 누이를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다.

그 순박한 그리움과 기다림은 세월의 강과 골을 건너면서 빛이 바래졌고, 그때의 누이들은 이제 칠순 노인이 됐다.

그리고 반세기 전, 모진 가난을 벗어나려 이 공장 저 공단을 전전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밤을 새우던 누이들은 우리들의 기억 속 지워지지 않는 빛바랜 사진으로 남았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풍요로운 가을이니 들녘엔 오곡백과가 무르익었을 터, 그 여유로움이 마음까지 인색하지 않게 했을 것이니, 입성 먹성 부족했던 지난 날에 한가위처럼 좋은 날이 어디 있었겠나 싶다.

추석(秋夕)은 음력 8월 15일로,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한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3대 유리왕 때 두 패로 나눈 도읍 안의 부녀자를 왕녀가 각각 거느리고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두레 삼 삼기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마지막 날에 심사를 해서 진 편이 이긴 편에게 한턱을 내고 ‘회소곡(會蘇曲)’을 부르며 놀았다고 하는데, 이것이 추석의 유래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송편이다.

송편은 열 나흗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가족들이 모여 빚었다.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예쁜 배우자를 만나게 되고, 잘못 만들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서 처녀·총각들은 서로 예쁘게 만들려고 솜씨를 다했다.

그때 예쁜 손으로 예쁜 송편을 빚던 그리운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세월은 참으로 속절없다. /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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