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의 세상바라보기]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4년 5개월 만에 푸틴을 만났다. 다시 푸틴이 북한 답방을 수락했다. 이들은 서로 주고받는 거래를 취하고 있다. 재래식 포탄 등 무기를 주고 고성능 로켓기술을 전수해주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북한의 제재가 무산되는 점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두고 우리의 반응은 둘로 갈라지고 있다.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정반대의 이해로 이어지니 어느 것이 정답인지 혼란스럽다. 이참에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김정은은 푸틴과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5시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번 회담에서 푸틴은 북한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서방에서는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열공’한 러 로켓은 누리호 1단 엔진보다 2.8배 강력한 ‘괴물 발사체’다. 전문가들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발사체 기술을 넘겨줄 가능성은 낮지만, 일부 위성 기술이나 정찰 데이터, 러시아의 GPS 시스템 ‘글로나스’를 공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써 북한의 정찰 수준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특히 관심을 보였던 러시아의 최신 로켓인 ‘앙가라’는 러시아가 1990년대 개발을 시작해 성능을 높여오고 있는 차세대 발사체다. ‘앙가라’ 로켓의 심장인 ‘RD-191’ 엔진은 약 213t의 추력을 발휘하는 ‘괴물 엔진’으로, 단순 추력만을 비교했을 때 누리호에 사용된 1단 엔진(75t급)의 2.8배에 달한다. 단일 엔진으로 비교하자면 미국 스페이스X의 랩터 엔진(200t)보다 크다. ‘앙가라’ 로켓의 초기 버전인 ‘앙가라 1.1’은 2013년 발사된 나로호의 1단 로켓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기존 로켓들보다 효율성이 높은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아니 할 수 없다.

이상의 상황을 보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북한과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든 이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북·러 간 무기 거래 시 관련 자금이 오가는지 추적해 빠르게 동결할 수 있도록 북·러 각각 금융기관 제재 등에 나설 전망이다.

한·미·일 안보실장협의회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가 부과하고 있는 무기 거래와 군사 협력 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북한과의 모든 형태의 교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체제를 준수해야 한다”며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북·러의 움직임에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길 바란다. 우선 러시아와 직접 외교적 소통으로 적극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동시에 정부가 추구했던 한·미·일 협력을 통해 핵잠수함이나 위성 발사와 관련한 시설 장비의 이동 해상 통제 등 물리적으로 막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보 능력을 확충해 관련 정보가 파악되는 즉시 국제사회에 알려 양국을 고립화시키는 여론전·인지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층적인 제재 망을 구축하고 중국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철통같은 대비책을 거듭 촉구한다. 이참에 북한이 옛 소련의 지원으로 6·25남침을 감행하였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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