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쌀 통일벼, 올 작황 성공
금년도 충북도내 벼농사는 대풍작을 이룬데다가 특히, 기적의 쌀이라고 불리우는 統一(통일)벼의 재배는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7일 도 당국이 밝힌 올 통일벼 작황 분석에 따르면 재배 면적 1만9백12ha에서 단보당 목표 4백50㎏을 훨씬 상회한 평균 5백㎏의 수확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의 단보당 실 수확량 3백86㎏보다 약 1백74㎏이 증수되는 결과로 면적은 지난해보다 3천1백73ha가 더 늘어났다.
이러한 실정은 현재의 작황이 평당주수는 지난해의 73.8주보다 7.2주가 더 많은 81주, 주당 이삭 수는 1백26粒(립)으로 밝혀져 이는 ①재배적지의 엄선 ②재배농가의 교육 철저 ③보온 못자리로 건묘 육성 ④조기 이앙 및 밀식 ⑤합리적인 시비 ⑥예방 위주의 병충해 방제 등 영농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증산의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도는 현재의 작황으로 보아 금년도 통일벼의 수확은 일반벼 단보당 목표 3백㎏보다 1백50~2백㎏이 증수된 4백50~5백㎏으로 보아 총 4만5천~5만톤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금년도 도내 재배면적의 14% 생산량은 약 20%를 차지하고 있을 뿐아니라 통일벼의 확대 재배로 일반벼 재배보다 약 15만톤을 더 증수, 약 21억원의 농가 소득이 증대된 결과를 가져와 74년도의 통일벼 재배면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하략) <8792호·1973년 9월 18일자 3면>
통일벼를 개발한 것은 농업 부문에 있어 하나의 혁명이요, 기적과도 같았다. ‘보릿고개’로 허덕였던 가난한 그 시절을 반추하면 더욱 그랬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컸던 그 시절에 획기적인 쌀 증수만큼 국민을 함포고복(含哺鼓腹)으로 이끌어 행복하게 했던 게 있었을까 싶다.
1960년대 후반 농촌진흥청 주도로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에 파견된 허문회 서울대 교수가 다수확 품종 ‘IR667’을 개발했는데, 이 신품종은 한국인이 먹는 자포니카(Japonica)와 다수확 품종인 인디카(Indica)를 교배한 것이었다. 국제미작연구소의 667번째 개발품종이어서 IR667이라 불렸다.
시험재배를 통해 다수확성이 확인되면서 ‘기적의 쌀’로 주목을 받은 IR667은 1970년 가장 유망한 세 개의 계통이 장려품종으로 선발돼 ‘통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통일벼는 시험재배를 거쳐 1972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보급됐지만,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건 엄청나게 밥맛이 없다는 것. 하긴 그런 ‘투정’이야 배부른 소리로 치부될 만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밥맛이 엄청 없다는 것이 변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사실 밥맛으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를 따라올 데가 드물었다.
우리나라 밥맛을 두고 중국 청나라에서도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한데다 솥 안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고 칭송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찰지고 기름진 밥은 ‘자포니카’라 불리는 쌀로 만든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서만 재배된다. 전체 쌀 생산량에서 10%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밥맛은 세계 으뜸이다. 두 종을 합쳐서 만든 쌀이 ‘통일벼’였지만, 밥 맛이 없고, 저온에 약하고 병충해에 취약해 정부는 결국 1992년 쌀 수매 대상에서 통일벼를 제외시키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