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수해복구 마무리 공사로 부득이 흙을 한 차 더 받았다. 마당에 흙을 더 넣으면 상수도 계량기함이 묻히기에 포기했는데, 계량기함 교체와 올리기 공사를 하게 되어 뒤늦게 흙을 더 넣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은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고, 사람(업자)을 잘 만나야 하고, 과정과 순서가 있고, 순리대로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를 거스르면 더 큰 노력과 시간과 경비가 들고, 그에 따른 심리적 고통도 가중된다는 것을 몸으로 겪으며 알았다.

보강토옹벽 위에 펜스(fence)를 설치하기 전에 흙을 받아놓고, 새 상수도함을 교체하고 올리는 작업할 때도 어려움이 많았다. 땅파기 할 때 마당으로 장비가 들어오기 힘들다고 어느 업자는 펜스를 임시로 철거하고 밖에서 파자고 하여 걱정된다고 하니, 고맙게도 담당 직원이 다른 업자를 선정해 주었다. 답사 나와서 대문과 진입로를 살피더니 소형 장비는 들어올 수 있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곧 가을장마가 예보된 때라 더욱 걱정되었는데,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서둘러 진행해주어 천만다행이었다.

포클레인(굴착기)이 소형인데도 마당 진입로가 좁아 바퀴 폭을 줄여가며 진입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였다. 장비가 배관을 잘못 건드려 물웅덩이가 되자 양수기를 돌리며 밸브 설치와 계량기 보호통을 교체하고 올려주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진입로가 좁아 장비 출입이 힘들겠다는 업자에게 옛날처럼 인부들이 삽으로 파서 작업하자고 했으니…….

굴착기가 바닥 평탄 작업을 얼추 다 하고 갔어도 내가 할 일은 끝도 없는 듯했다. 삽과 선호미로 평평하게 고르고, 돌을 골라내고, 높은 곳의 흙과 자갈을 양동이로 퍼담아 낮은 곳에 붓는 등 작업을 하자니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한참 후 선호미가 꾀병을 하는지 자루가 부러졌다. 하필 자루를 끼우는 쇠붙이 속에서 부러져 난감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에게 선호미를 사 오라고 했더니, 수리해 보자고 해서 우선 호미로 작업하자니 능률도 안 오르고 힘만 들고 허리도 아팠다. 마치 땅파기 할 때 포클레인이 하는 것을 삽으로 하는 것 같다. 고민 끝에 내가 선호미를 고쳐보기로 했다. 먼 곳에 있는 철물점에 다녀오는 시간도 아깝고, 버리면 쓰레기가 될 뿐이지 않은가.

우선 박힌 못과 부러진 나뭇조각을 빼내야 했다. 필요한 연모를 가져오느라 몇 번이나 다녔다. 구부러진 채로 박힌 못 하나 빼내기도 어려웠다. 큰 드라이버와 노루발을 이용해서 휘어진 못과 조각을 가까스로 뽑고, 끼울 곳을 알맞게 깎은 후 정성껏 맞추고 못을 박았다. 반대편으로 나온 못을 휘어 박을 때도 그냥 두드리면 못 끝이 노출되니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둥그렇게 구부린 후 박으니 못 끝이 자루 속으로 박혀 감쪽같았다. 부러진 선호미 자루를 고치는 일이 사소한 일 같아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못도 전에 쓴 구부러진 것을 잘 펴서 재활용하니 안성맞춤이다.

적재적소(適材適所)란 말처럼 펜치, 노루발, 톱, 낫, 망치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연모도 사용해야 하였다. 철사를 자를 때 가위로 할 수 없지 않은가. 망치에 관한 재미있고 교훈적인 속담도 흥미롭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윗사람이 위엄이 없으면 아랫사람이 순종하지 아니하고 반항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망치로 얻어맞은 놈 홍두깨로 친다.’ -앙갚음은 제가 받은 피해보다 더 크게 하기 마련이란다.

자루 아랫부분이 부러진 선호미를 정성껏 고치고 하던 일을 하며 필자에게도 칭찬하여 주었다.

‘포클레인과 삽’, ‘선호미와 호미’ 등이 시사하는 의미도 체험으로 깨달으며, ‘노력 끝에 성공’이란 말처럼 앞으로 모든 일을 허투로 하지 않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겠다고 다짐한다.

윈스턴 처칠의 “끊임없이 노력하라. 체력이나 지능이 아니라 노력이야말로 잠재력의 자물쇠를 푸는 열쇠다.”, “설마 우리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한다. 그러다가 막상 필자가 수해를 당한 것처럼 위기에 부딪히면 ‘운’이 없음을 탓한다.

이 세상에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이나 개인은 없다. 또 위기를 재수나 운으로 돌리면 비슷한 위기를 반복적으로 당할 가능성이 크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위기를 즐기지 못하더라도 슬기롭게 잘 관리하고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선호미와 호미’가 깨닫게 해주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스어로 ‘찾았다’ 또는 ‘알았다’라는 의미인 ‘유레카’라도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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