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희수 충북청 경비과 경비경호계 경장

과거 민주화 요구가 들끓던 1990년 이전 집회·시위는 격렬했다. 당시 경찰이 사용하던 주된 경찰장비로는 최루탄이 있었다. 이는 화학무기로서 구토제, 재채기제와 함께 사용되던 무력화제의 하나로, 약 20년간 경찰의 대표적인 장비로 사용됐다. 그러나 1987년 6월항쟁 이후로 최루탄에 대한 퇴출요구가 이어졌고, 1999년 '무최루탄 원칙'이 천명 되고 최루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로는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더 고려한 살수차와 캡사이신이 대표적인 경찰장비로 사용됐다. 살수차는 1989년 최초 도입돼 2015년까지 사용됐으며, 캡사이신은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개발돼 2017년 사용을 끝으로 집회현장에서 사라졌다. 2017년 이후 집회·시위 권리 보장과 참가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명목하에 질서유지선 등 예방장비 위주로만 대응했으나 일부 책임을 망각한 참가자들의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어 이를 근절하기 위해 6년 만에 캡사이신 사용의 부활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집회 대응 장비는 당시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변화했다. 이는 집회 참가자의 인권 또는 안전 위주의 변화일 뿐이다.

경찰관의 안전장비는 과거 사용했던 장비가 별다른 발전 없이 사용되는 실정이다. 집회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패와 진압복을 예를 들면 2006년 도입돼 전·의경과 함께 사용했던 무겁고 노후화된 방패는 전·의경이 사라진 현재까지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물론 더 과거로부터 사용되던 알루미늄 방패, 석면 방패에서 현재 사용중인 안전방패(일명 평화방패)로의 변화는 있었지만 대부분 오래돼 안전성 부분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과거의 진압방패의 디자인과 크기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단체로 방패를 들고 있으면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도 사실이다.

신체보호복(일명 진압복) 또한 2008년 개선된 형태로 도입된 이후 더 이상의 개선 없이 사용되고 있으며 노후화되고 무겁다는 단점이  있으나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집회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차단장비인 철제 폴리스라인도 무겁고 이동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설치시 다수의 인력을 필요로 한다. 

현시점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로 위 3가지일 것이다. 경찰과 참가자들이 충돌하거나 차단해야하는 경우에 상호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장비라는 것이다. 집회시위에 가장 많이 투입되는 경찰인력은 기동대로써 젊은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도 시민의 일부분이며 누군가에겐 부모, 자녀들이다

캡사이신, 살수차 같은 진압장비의 재도입도 때에 따라서 필요하겠지만 현장에 있는 경찰관을 위한 신체 보호장비, 안전 차단 장비 등 안전장비의 개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집회시위 문화는 20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렇기에 경찰의 장비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장비 개선을 통해 의경 폐지 등에 따라 부족해진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며, 기존 '몸'으로 막는 인력 위주 집회대응 방식에서 장비를 활용한 집회관리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집회 참가자는 물론 현장 경찰관의 안전 또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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