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정부는 지난 6월 출범한 재외동포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동포 여러분을 꼼꼼하게 살필 것"이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세계 곳곳에 우리 기업과 국민, 750만 동포 여러분이 함께 힘을 모아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계한인의 날'을 맞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3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7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시작된 120년 이민의 역사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하와이의 뜨거운 사탕수수밭과 중남미의 선인장 농장에서 번 돈은 우리의 독립 자금으로 쓰였고,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현지 송금은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중한 종잣돈이 됐으며, 일본에 있는 대한민국 공관 대사관을 비롯한 총영사관 등 공관 10개 중에 9개가 제일 동포의 기증으로 조성되었다는 것, 서울올림픽 때와 외환위기를 겪을 때에도 재외동포들이 힘을 모아준 것 등을 열거하면서 "그 정도로 우리 재외동포들의 모국 사랑은 각별했다"고 재외동포들의 조국 발전 기여도를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역만리 타향에서 역경을 이겨낸 우리 재외동포 여러분은 대한민국 발전의 든든한 지원군이셨다"며 "이 자리를 빌려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저는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가 간 격차를 줄이고 상생하기 위해 힘을 모아 유엔을 중심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을 하고,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그 선도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최근의 순방 외교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들이 늘 자랑스럽다"며 "초기 해외 진출은 그 시작이 고되고 미미했지만, 여러분의 각고의 노력으로 위대한 한국인의 이민사, 경제사를 써 내려왔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동포 여러분이 조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이 기여하고 국제사회에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며 "전 세계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 실현에 동포 여러분이 함께하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동포 여러분이 그동안 조국을 위해 많은 뒷받침과 기여를 했지만 저희(정부)가 동포 여러분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재외동포청을 만들어 여러분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국제주의를 지향하면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확고히 하려는 우리 정부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건희 여사와 박진 외교부 장관,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장인 김석기·태영호 의원 등과 각국 한인회장 350여명과 재외동포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 축사 후 세계적 흥행을 거둔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한 재일동포 3세 출신 미국 배우 박소자 씨가 나와 이민자라는 점 때문에 차별받으면서도 한인 정체성을 잃지 않고 당당히 살아온 경험과 앞으로의 다짐을 낭독해 박수를 받았다.

박 씨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온 가족의 4대에 걸친 연대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둘째 아들 모자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배효준(다케모토 다카토시) 브리지아시아파운데이션 이사장(국민훈장 무궁화장), 오유순 밴쿠버 무궁화재단 이사장(국민훈장 모란장), 임호성 아프리카중동 한인회총연합회 수석부회장(국민훈장 동백장), 김계수 파독광부기념회관 운영위원회 명예관장(국민훈장 목련장), 김수진 보라카이 한인회 회장(대통령 표창) 등 동포 5명이 정부포상을 받았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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