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추석 얼마 전 9월 23일 개막한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45개국이 참가하여 소중한 기록과 풍성한 화제를 선사해주며 10월 8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이번 대회 엠블럼은 ‘차오융(潮湧)’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부채, 첸탄(錢塘)강과 그 물결, 트랙, 인터넷, 태양 등 6가지 요소로 구성했다고 한다. ‘마음이 통하면 미래가 있다(Heart to Heart, @Future).’란 슬로건도 뜻깊고, 5년 만에 열린 아시안게임이라 기다림이 길었던 탓인지 어느 대회보다도 풍성하고 얘깃거리도 많아 중계방송을 자주 시청하게 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각종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눈을 뗄 수 없다. 특히 축구는 희비가 엇갈렸다. 여자축구는 9월 30일에 있었던 북한과의 8강전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전반 10여 분만에 북한 선수의 자책골로 앞서며 4강 진출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으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우리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한 후 급격히 기울어져 1-4로 패하고 말았다.

이튿날 울분을 달랠 수 있어 기뻤다. 남자축구는 주최국 중국과의 8강전인데, 5만 관중의 응원과 소림축구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월등한 우리의 실력으로 제압하며 2-0으로 통쾌하게 승리하였다. 강인한 실력을 갖추고 현명하게 운영하면 악조건에서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듯이, 우리 삶에서도 바람직한 인격을 함양하고 실력을 연마하면 국민은 물론 국가도 강해지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유명한 축구 해설가인 황젠량은 중국의 패배 직후 "비록 졌지만 경기에서 중국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기본기가 너무 부족한 것은 중국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한국은 매우 높은 전술 소양과 호흡을 보여 주었다" "한국이 매우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고. 기술은 매우 포괄적이었으며 수비를 하든, 공격하든 항상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팀을 앞섰다."고 높이 평가했을 정도로 잘 싸운 우리 선수들이 마냥 자랑스럽다. 준결승, 결승까지 모두 승리하여 금메달을 차지하도록 뜨거운 응원을 보내야 하겠다.

추석 연휴 중인 10월 2일에 있었던 여자탁구 복식경기를 응원하면서도 손에 땀을 쥐었는데, 신유빈-전지희 선수는 남북대결이지만 긴장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즐기면서 경기를 하여 4-1로 승리하고 금빛 미소를 지었다. 이날 시상식은 생경했다. 우리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서 휘날렸고, '은메달' 북한 인공기, '동메달' 일본 일장기와 인도 국기가 나란히 내걸렸다. 중국 국기가 사라진 탁구 시상식은 이번 대회는 물론 이전에도 없었던 풍경 같다. 중국 안방인 항저우에서 열린 대회에서 중국이 4강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다니…….

신유빈-전지희의 금메달 가도엔 '천운'도 뒤따랐다. 인도 선수들이 중국 첸멍-왕이디조를 밀어냈고, 일본 선수들은 또 하나의 중국조 쑨잉샤-왕만유조를 밀어냈다. 두호이켐이 맹활약한 홍콩 에이스조는 북한에 밀려 탈락했다. 한국 전지희-신유빈조는 일본 하리모토-기하라를 이기고 결승에 올랐고, 북한 차수영-박수경조는 까다로운 인도조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했다. 5년 만에 국제무대에 나선 북한은 '세계 1위' 전지희-신유빈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신유빈-전지희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석은미-이은실 선수 이후 21년 만에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쾌거이다.

‘아시아 최강’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개최국 중국을 꺾고 아시안게임 결승전에 진출했다. '우생순 신화'를 쓴 한국이 아시안게임 3연패를 목전에 뒀다. 우리 여자 대표팀은 3일, 준결승 중국전에서 30-2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상대팀 뿐만 아니라 3,000여 명의 “짜요”를 외치는 일방적 응원과도 맞서 승리했다. 결승은 오는 5일 오후 6시, 상대는 일본으로 정해졌다. 일본은 B조 1위로 올라와 준결승 카자흐스탄을 꺾고 올랐다. 참담한 농구 패배를 기필코 갚도록 일본을 제압하고 중국 저장성 항저우 하늘에 또 한 번 태극기를 휘날리며, 2014년 인천 대회부터 3연패 위업을 달성하길 기원한다.

양궁, 배드민턴 등에서 계속 들려오는 승전보가 무척 반갑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배구, 남자농구와 달리 우리 여자농구는 3일 밤, 일본과 결승 진출을 다투었지만 58-81로 완패하고 말았다. 치욕스러운 패배지만 이것이 두 팀의 수준 차 같다.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답게 한국보다 크게 앞서 있다. 일본보다 앞서던 한국 여자농구는 10여 년 전부터 추월당했고,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오는 5일 오후 5시, 북한과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라도 반드시 승리하고, 앞으로 남은 각종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어, 일본을 누르고 종합 2위를 달성하여 추석과 가을 선물을 안겨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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