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1년이 미뤄져 2023년 9월 23일에 비로소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3위에 올랐다. 국제스포츠대회가 있을 때마다 이 작은 나라에 훌륭한 스포츠 인재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를 기쁘게 한 것은 좋은 성적뿐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임하는 태도와 메달의 색깔에 상관없이 즐기고 행복해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우선 많은 매달이 걸려있는 수영은 한국 신기록을 14개나 갈아치웠고, 처음으로 다관왕을 2명 배출했다. 많은 메달 중에 특히 이 대회에서 주목하고 싶은 선수는 자유형 50m의 지유찬 선수이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나라 선수가 번개처럼 치고 나가 결승선에 도달하는데, 너무 놀라 입이 벌어졌다. 메달을 받을 때 양쪽에 신장이 족히 20cm는 커 보이는 선수들 사이에서 금메달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지유찬 선수를 보며, 금메달의 기쁨을 넘어 스포츠 정신의 감동이 느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조절하고, 저항을 최소화하며 치고 나가는 초반 스퍼트 능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었다고 한다. 스포츠의 묘미를 보여주며 아시아 최고의 남자가 된 지유찬 선수의 노력과 실력은 모두가 본받을 만한 것이다.

여자 역도 76kg에서 동메달을 딴 김수현 선수는 최선을 다해 따낸 동메달이 더욱 빛난 선수였다. 그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북한 선수 2명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북한 선수들은 함께 메달을 딴 김수현 선수가 옆에 있는데도,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중국 선수를 언급하며, 경기에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밝혔다. 게다가 중국 선수가 생일인데 축하한다는 뜬금없는 소감을 얘기해,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이후 김 선수는 자신의 차례가 되자, “나는 3번째 아시안 게임에 출전해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분이 좋아서 중국 선수가 다친 것도 몰랐는데, 걱정된다.” “중국 선수 생일을 축하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북한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김 선수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림정심 언니를 좋아한다. 정심 언니보다 더 잘하는 선수 2명과 경기하게 돼 영광이고 목표를 더 크게 잡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모두를 웃게 만든 그녀는 진심으로 멋진 스포츠인이었다. 그리고 금메달보다 값진 것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함께 경기한 그가 아닌, 엉뚱한 중국 선수 얘기를 하는 북한 선수들을 받아주고, 북한 선수들의 기량을 칭찬하며, 그들의 스포츠 영웅인 림정심 선수를 높여 따뜻하면서도 함께 웃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어떤 외교관보다 훌륭했고, 진정한 메달리스트였다.

마지막으로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임종훈 신유빈 선수와 전지희 장우진 선수는 메달 시상식에서 경기장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며 회자 되었다. 한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장우진 선수가 전지희 선수의 메달이 옷깃에 접혀 있는 것을 고쳐주자, 경기장 전체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임종훈 선수와 신유빈 선수는 귀여운 볼하트 세레모니를 보내자, 경기장은 다시 큰 환호성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

아시안게임은 10월 8일 막을 내렸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한 우리 선수들과 코치진 그리고 많은 스텝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승패와 상관없이 즐기고, 다음을 기약하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넘은 선수들 덕에 행복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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