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의 압승으로 끝났다. 무려 17%p 차였다.

이번 선거가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것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여야는 총력을 다해 자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뛰었다. 그만큼 절박했던 것이다.

개표 결과 진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56.52%로, 2위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p 이상 앞섰다. 사전 투표율은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았고, 최종 투표율은 48.7%로 잠정 집계됐다.

예견된 패배였다. 여당에선 이준석 전 대표의 예측 발언을 두고 ‘사이비 평론’이라 평가절하했지만, 그가 점쳤던 ‘18%p 격차 패배’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였다.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수치를 예상하며, 그 원인을 ‘사리사욕에 눈 먼 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여야 대표의 운명은 엇갈리게 됐다.

계파갈등에 시달리던 민주당은 오는 총선까지 보궐선거 승리를 명분으로 이재명 지도 체제가 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가 모두 출동해 유세에 나섰음에도 두 자릿수로 참패를 겪은 국민의힘은 대표 책임론 등 격랑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김태우 전 구청장 사면을 결정한 윤석열 대통령 또한 책임론을 비껴가지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을 가장 큰 충격으로 몰고 간 것은 이번 선거가 총선으로 이어져 참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었다. 그렇잖아도 지지율 30%대의 박스권에 갇혀있는 윤 대통령이었데, 총선까지 패배하게 되면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결단’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 중 하나가 소통의 부재였다. 우선 이 문제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 결단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통령실과 당의 변화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꼽고 있다. 더욱이 김 후보자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당에서까지 나오는 마당에, 용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까지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압도적 패배는 국민의힘 당 지도부에게도 쓰나미처럼 닥칠 것이 자명하다. 지도 체제 문제까지도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김기현 대표가 표면적으로라도 사의 표명에 나서고, 대통령이 만류를 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좁게 잡아 ‘윤핵관’이나 ‘5인회’의 사퇴 문제 거론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력전을 벌인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보다 큰 차이로 완패했다는 것은 분명 ‘민심의 경고’다. 그 경고에 여권 내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분출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의 혁신적인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민심의 경고를 간과하게 되면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여당과 대통령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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