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가 짙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큰 표차로 참패했다. 권력 핵심과 여권 지도부에 대한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에 4만 1573표(17.15%포인트 차이)차로 꺾고 당선됐다고 최종 발표했다. 진 후보는 11일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전체 선거인 50만 603명 중 총 24만 3665명이 투표(투표율 48.7%)한 가운데 56.52%인 13만 7066표를 얻어 39.37%인 9만 5492표를 받은 김 후보를 17.15%라는 여유있는 표차로 압승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진 후보 당선이 확정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고 썼다. 이어 그는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또 "한때 집권당이던 저희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재삼 다짐합니다"라고 적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강서 패배의 의미를 축소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김 후보의 패색이 짙어진 11일 밤 당 소속 의원 카톡방에 올린 글에서 어려운 험지였기에 선거운동을 하기가 더더욱 힘들었을 터인데도 이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주신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컸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큰 격차의 패배를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지역(험지)에서 벌어진 선거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치부하는 뉴앙스다.

이번 보선 결과로 여야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승리한 민주당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통과로 크게 손상된 리더십을 다시 공고히 할 수 있게 된 반면, 국민의힘 김 대표는 총선을 6개월여 남겨두고 사퇴 압박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해외순방 외교를 통해 거둔 여러가지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정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어서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단 한 곳에서 실시된 보선이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에 비춰볼 때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를 못할 경우 남은 임기 동안 구상했던 정책을 실현하기 어렵고, 공무원과 군 경 등 권력기관 장악도 물건너 가게 된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과거 정권에 대한 지지층이 기대하는 시원한 청산도 못한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개혁과 건설적인 국가발전 정책도 뜻대로 전개해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향후 이 부분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이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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