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모든 예술이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긴밀한 교감을 하면서 발전해왔다. 그 중에서도 영화만큼 인간의 창조적 상상력과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합에 우선적 이었던 것은 없는 것 같다. 19세기 끝머리에 발명되어 실험과 개척을 쉬지 않았던 영화예술과 기술은 또 한 번 거대한 전환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컴퓨터의 발명이라는 문명사적 사건이 영화의 고전적 표현방식과 소비양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콘텐츠를 최고의 수준으로 활용하는 영상 시대다.

디지털 기술은, 예를 들어,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과거의 죽은 배우를 살려내는 방법에 응용되고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tis) 감독의 1993년 작품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에서 검프가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을 필두로 현재의 많은 영화들까지 현실에 없는 세계를 현실감이 기가 막힐 정도로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백미라고 볼 수 있는 영화들 중의 한편이 1993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이라는 영화다. 이 영화 속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받아 천국과 같은 상상속의 세계를 현실의 세계와 똑같이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디지털 기술의 향상을 증명해 보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또한 카메라로는 손쉽게 포착할 수 없는 미시세계를 시각화하는 것에도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1995년에 제작된 <토이스토리(toy story)>와 1998년 개봉된 3차원 컴퓨터 애니메이션<벅스라이프(a bug's life)>이 디지털 기술의 "포토 리얼리즘"을 실현시켰다. 따라서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기술은 우주공간을 비롯하여 땅속과 바다 밑바닥 같은 인간의 시각이 포착할 수 없는 세계를 그리는 것에도 적용된다.

요즘 한창 우리나라에서도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와 함께 디지털 방송이 시작됨을 알리면서 다양한 장점들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과 편승하여 디지털 영상기술은 영화의 배급과 소비방식에도 새로운 차원의 영상문화를 만들어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다시 말해서, 지극히 편할 정도로 우리는 안방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영화사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영화를 전송받아 디지털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졌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텔레비전을 가진 관객이라면 특별한 이유 없이 굳이 차를 타고 영화관을 찾아갈 필요가 없을 것이며, 영화사는 금방 완성된 영화를 영화관에 배급함과 동시에 인터넷으로도 배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디지털 영상문화는 전통적인 의미의 배우와 영화관을 없앨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것에 대하여 헤이슬틴은 "텔레비전이 라디오를 없애지 못했고 영화가 연극을 없애지 않았듯, 실제 배우와 전통적인 영화관이 지닌 미덕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들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외치면서 최소한 상당 기간은 두 가지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였다.

테크놀로지와 영상예술의 결합은 디지털 기술의 진보와 함께 네트워크상에서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영상아티스트들이 프로모션 비디오를 만들 듯이 이질적인 장르가 결합하여 전혀 새로운 예술을 등장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우리인류는 이러한 미래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태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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