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의 위상은 기대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4.5세대 전투기인 KF-21은 그동안 여러 차례 성공적인 시험 운행을 통해 전 세계 군사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그 위용이 ADEX서 일반에 첫 공개됐다.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인 ‘서울 ADEX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서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 한 대가 힘차게 창공을 갈랐다.

KF-21 시제기가 공군기지 내에서 시험비행을 한 적은 많았지만, 비행하는 모습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KF-21은 최대 속도 마하 1.81(시속 2200㎞)에 항속거리는 2900㎞다. 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등 국산 최첨단 장비를 갖춘 4.5세대 전투기인데, 고무적인 건 업그레이드를 통해 5세대와 6세대 전투기로 진화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사업 초기부터 반대 세력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러 난관을 뚫고 우리 손으로 최초의 전투기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국민적 자긍심을 주는 사업에 발목을 잡았던 건 인도네시아였다.

KF-21 공동개발 사업은 지난 2014년 체결한 기본합의서에 따라 우리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각각 개발비의 60%와 20%를, 나머지 20%를 인니 측이 부담하는 구조로 진행돼 왔다.

인니 측은 지난 2016년 1월 KAI와 계약을 맺으면서 사업 분담금 20%를 납부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KF-21 전투기 48대를 자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인도네시아 측은 자국 경제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올 2월까지 총 1조2694억원 상당의 분담금 가운데 2783억원만 납부했으며 9911억원은 미납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한국을 깔보고 멸시하는 것 아니냐는 분노가 치솟게 하는 것은 그들의 무기쇼핑에 있었다. 자국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를 사들이는 건 그들의 내정이니 간섭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들이 미납한 분담금을 훨씬 뛰어넘는 대규모 지출을 하면서 협력국의 전투기가 아닌 타국의 전투기 쇼핑에 나섰다는 건 우리를 얕잡아보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인니 측은 KF-21 사업 분담금은 내지도 않으면서 올해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했고, 미국산 F-15EX 전투기 24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인니 측과의 KF-21 사업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시 우리 국민들은 “연체금도 안 주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신의가 없는 나라를 버리고 우리끼리 KF-21을 개발하자”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인니 퇴출’ 가능성이 언급돼 눈길을 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지난 16일 방사청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 인니 측의 KF-21 사업 분담금 미납 문제와 관련해 “믿을 수 있고 실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사업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현재 KF-21 사업은 ‘마지막’ 시제기 6호기도 올 6월부터 시험비행에 돌입한 상태다. 방사청은 내년 상반기 중 KF-21의 최초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아쉬운 건 인니 측이다.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가 KF-21 구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기회도 여러 차례 줬고, 매듭을 풀 방법을 제공했는데도 미적거린다면 퇴출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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