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고전여담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말이 있다. 있을 유(有), 갖출 비(備), 없을 무(無), 근심 환(患)자를 쓴다. 이 말은 매사에 준비가 돼 있으면 근심할 게 없다는 뜻이다. 서경(書經)의 열명편과 춘추좌씨전에서 유래된 말이다.

서경 열명편은 은(殷)나라 때 고종이 부열이란 현명한 재상을 얻게 되는 경위와 부열의 어진 정사에 대한 의견 및 그 의견을 실행하게 하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유비무환이란 말은 부열이 고종에게 한 말 가운데 들어 있다. 생각이 옳으면 이를 행동으로 옮기되 그 옮기는 것을 시기에 맞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능한 것을 지나치게 자랑하게 되면 공을 잃기 쉽다. 그러니 일이란 다 갖춘 것이 있는 법이려니와 갖춘 것이 있어야만 근심이 없게 된다고 했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안락할 때 위태로울 때를 염려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와 곡돌사신(曲突徙薪)이란 말도 있다. 곡돌사신은 아궁이 화력이 세지지 않도록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아궁이 근처의 나무를 딴 곳으로 옮긴다는 것으로 화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의미다.

흔히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의미의 망우보뢰(亡牛補牢)는 유비무환과 대척되는 말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기습을 당해 많은 인명 손실을 입은 것은 유비무환의 좋은 교훈이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 최첨단 방공망과 이중삼중의 감시망을 자랑하는 나라다. 그런데 드론이나 오토바이 같은 평범한 수단에 무력화됐다. 의표가 찔렸다. 첩첩 대비를 했다고 해도 이런 '원시적' 도발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수다. 현대전은 총체적이고 입체적이며 하이브리드 양상을 띄었기 때문이다.

국방 하드웨어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는 아날로그 인간이다. 그 둘 사이 금이 가면 만사휴의다. 때문에 우리도 북한의 도발에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유비무환 해야 한다. 최근에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얻은 3국 이익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안보-경제-기술’ 협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도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싸움, 중국의 대만 침공, 북한의 대남 공격 등의 공통점은 모두가 침략 도발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안보가 첫째다.

일본은 한국과 대만보다 간접적 침략대상이지만 러시아나 중국, 북한 등은 '잘 차려진 밥상'을 통째로 먹을 수 있어 호재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아시아 최후의 방어막인 한국과 일본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즉 자국을 위해서도 군사적, 경제적 환경을 지켜야만 한다는 상황에 봉착했다. 미국의 트럼프 전 정권이 한국을 가벼운 밑밥(?)으로 생각했다면, 바이든 정권은 동맹국으로서의 확실한 연대로 힘을 배가하며 동맹을 형성하는 모습이여 든든하다.

사실 한미일 3국의 동맹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3국 결속보다는 훨씬 강한 게 현실이다. 미국 대(對) 중국, 일본 대 러시아, 한국 대 북한을 견줘보면 한미일 3국의 연합체제가 강하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바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한미일 연합체제에 대해 맹렬하게 비판하는 속내엔 자신들의 3국 동맹보다 한미일 3국 동맹 결속이 더 시너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어가 최선의 공격'인 것처럼 무늬만 동맹이 아닌 한미일 3국 결속은 그만큼 중차대하다.

그런 점에서 한미일 3국은 자국 국민들에게 북중러 야욕의 진실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차이점은 바로 국민들이 알 권리를 대하는 게 다르다는 점이다. 한미일은 개방된 사회이고 북중러는 폐쇄된 사회라는 것을 그들의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그러기에 한미일 3국의 연합동맹이 외교적 흉내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살펴보고, 시뮬레이션으로 사전 점검해야 유비무환이 될 수 있다. 북중러의 의도를 주도면밀하게 파악해내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안보의 1순위는 첨단무기 확보다. 그리고 ‘안보-경제-기술’이 한미일 정상회담의 골자이기도 하다. 북중러 3국이 핵 보유로 위협한다면 한미일도 보다 더 강력한 핵무기로 대처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도 언제든 핵을 보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공격이 아닌 방어목적이라면 한일 핵 보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북중러의 도발에 맞대응하는 군사적 외교적 채널이 항상 가동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이번 한미일 3국의 연합동맹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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