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찾은 공포영화의 지장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은 공포 영화계에선 악명이 높다. 자르고 써는 '고어' 영화들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자극한다.

명콤비였던 스튜어트 고든 감독과 함께 만든 '좀비오'(1985)와 '지옥인간'(1986)은 1980년대를 대표하던 호러 영화 중 하나였다.

목이 잘린 사람이 여자를 범하려 하는 등 기괴한 이미지들이 가슴 한 가닥을 무겁게 한다. 캐릭터들은 성과 폭력의 유혹에 쉽게 이끌린다.

유즈나 감독은 지난 15일 부천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성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우리는 죽음에 가까워진다"며 "내 영화의 화두는 성과 죽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지니어였던 부모를 따라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파나마 등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미국에 돌아온 건 고교생이 되어서였다. 영화를 하고자 로스앤젤레스로 갔고, 그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지를 주유하며 살았다.

"작은 독립영화들을 만들며 살아가려면 전 세계를 돌아다녀야 할 수 있어요. 자금 투자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는 어렸을 적부터 동남아시아의 주술적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예술 쪽으로는 초현실주의와 표현주의에 경도됐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변형시켜서 보여주는 표현주의적 방식에 끌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유즈나 감독은 사실주의 영화를 만들었던 뤼미에르 형제의 후예라기보다는 표현주의 방식을 선호한 멜리에르 감독의 후계자.

"저는 무의식, 과학, 종교, 판타지 같은 데 더 매력을 느꼈어요. 장르영화는 꿈을 표현하는 영화예요. 그런데 제가 하는 장르영화는 조금 어두운 꿈이라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죠."
그는 장르 영화 가운데 호러 영화를 좋아했다고 한다. 관객에게 고통을 주는 이미지를 그려내기보다는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것을 보여주는데 관심있다"며 "다만 어두운 이미지로 그런 것들을 그릴 뿐"이라고 했다.

이번에 부천에 들고 나온 작품은 '엠피비어스 3d'다. 예전 그의 영화를 좋아한 팬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만한 작품이다. 수위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성애장면은 없어지고, 잔혹한 장면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프로덕션의 문제였죠. 원래 인도네시아어로 찍으려 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관객을 모으려면 영어를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투자자들의 의견에 따라 대사를 영어로 바꿨어요. 인도네시아 투자사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인도네시아는 회교국이잖아요. 섹슈얼한 이미지의 영화는 매우 높은 등급을 받아서 많은 이들이 볼 수 없게 되죠. 상업적인 이유로 수위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호러 영화에 대해 "전통적인 공포영화는 견고한 도덕성이 내재해 있다"며 "제 영화도 그러한 도덕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고 했다.

"공상과학영화에도 흥미를 느끼지만 저는 영원히 호러영화를 하고 싶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호러 장르에 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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