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박성규 한의학 박사· 예올한의원 원장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이들은 성조숙증 혹은 사춘기 조숙증에 대한 우려가 깊다. 성조숙증은 아이들의 이차성징이 이른 나이 즉 여자아이의 경우 8세 미만, 남자아이의 경우 9세 미만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증상은 성호르몬이 이른 시기에 분비되어 신체 변화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성장은 정기의 축적과정이다. 정기가 실해지면 이갈이를 시작하고 더욱 충만해지면 여성이나 남성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13세 전후하여 정기가 충만해져 월경이 시작되고, 남성의 경우 15세 전후하여 사정을 할 수 있다. 이차성징은 정기가 충만해지는 과정에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가 신체로 발현된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은 정기가 일찍 충만하여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 이상으로 정기가 충만해지기 전에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발생하는 병적인 현상이다. 얇은 양은냄비가 일찍 끓고 쉽게 식듯이 대체로 정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작은 변화에 크게 반응한다. 일찍 익은 과실이 병들기 쉽거나 벌레도 많이 꾀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렵듯이 성조숙증은 정기 부족으로 성호르몬 분비가 일찍 일어나며 이로 인해 이차성징도 활발히 발현된다. 올바른 정신적 신체적 성장을 방해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대체로 성조숙증에 대한 일반인의 우려는 큰 키를 선호하는 사회 풍조와 관련이 깊다. 과잉 진료와 ‘과학 미신’을 바탕으로 한 공포마케팅은 성조숙증에 대해서도 똑같이 악용되고 있다. 이에 약간의 이차성징이나 징조만 있어도 검사와 호르몬 요법을 강제당하고 있다. 성조숙증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투여되는 성호르몬 억제제는 이차성징을 잠재우거나 지연시키는 고식적 효과가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하며 많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 비만, 고혈압, 우울증, 여드름,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콜레스테롤 증가, 협심증 등이 우려되며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 범람으로 성에 대한 이른 인식이 성호르몬 조기 분비를 촉발할 수 있지만 정보지식사회에서 정보 통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정기가 충실하면 이런 외부적 자극에도 몸이 쉽게 동하지 않는다. 결국, 성조숙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기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정기 부족을 외면하고 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 외에도 장부의 질병을 방치하거나 조장하여 장차 중병을 야기한다.

정기 부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무절제한 생활이며 식습관과 수면습관의 파행이 대표적이다. 이는 성인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폐해를 끼친다. 요즘 아이들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지어 뇌졸중 등 노인질환에 노출되는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음식은 담백하게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하며 무엇보다 절제가 필요하다.

풍요를 향유하는 요즘 음식 절제가 어렵겠지만 가족의 건강과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엄격한 통제가 요구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숙면을 통해 피로를 회복하고 성장을 촉진한다. 우리 아이들의 수면시간은 유럽과 비교하여 태부족하다. 이는 성장을 방해하고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질병을 야기한다. 식습관과 수면습관은 성장호르몬 분비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바르게 영위하고 아이들의 사소한 질환도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더불어 나이에 맞게 정기가 충실하도록 도와야 한다. 정기가 충실해지면 무쇠솥처럼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성조숙증뿐만 아니라 불편한 증상이 있거나 활력이 떨어지면 한의사의 진단 아래 체질과 병증에 맞는 한약으로 정기를 돋우고 질병을 치료하면 올바른 성장을 기약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학 미신’과 공포마케팅에 현혹되어 가족의 건강을 상하지 않게 하려면 몸과 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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