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갑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우리나라 국민은 문화예술 활동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국민 문화예술 활동 조사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어떤 문화예술 행사이든 단 한 번이라도 관람한 비율, 즉 연간 관람률은 2008년 67.3%에서 2016년 78.3%, 2019년 81.8%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연간 관람 횟수도 2008년에는 4.9회에서 2019년에는 6.3회로 다소 늘어났다.

그러나 그 내용을 좀 들여다 보면 대중예술과 순수예술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국민 중 77%가 영화를 관람한 반면 음악, 무용, 문학행사 등 순수예술 분야를 경험한 분들은 10%에도 미치지 못 한다.

영화는 우리 국민이 연평균 4.6회를 관람해 세계 최고 수준의 관람 횟수를 기록한 반면 순수예술에 해당하는 미술전시회, 연극, 전통예술, 서양음악, 무용 등의 연간 관람 횟수는 0.1~ 0.3회에 그친다. 10년 전인 2008년도 통계에 비교해도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0.1회는 10명 중 1명 정도만이 1회 관람했음을 의미한다.

반면, 어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예술가의 숫자는 1990년 4만4728명에서 2010년에는 10배에 해당하는 44만5670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2022 공연예술 조사 자료에 의하면 공연단체 숫자가 2014년 2284개에서 2021년에는 거의 2배에 해당하는 4261개로 크게 증가했다.

문화예술 현장에 관객은 부족한데 예술가, 예술단체는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공연단체들의 자체 수입 비중은 평균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공지원금과 민간 후원에 의존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민의 문화예술 참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서 문화예술 관람의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해마다 유사한 답이 나온다.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시간이 없다" 등이다.

실제 그럴까? 여러 연구자들이 문화예술 수요의 가격탄력성과 소득탄력성 조사를 통해 가격이나 소득 등 경제적 요인과 문화예술 소비 간 상관 관계를 분석했다. 어느 정도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가격탄력성 및 소득탄력성은 점점 준다는 연구도 있고, 반면 문화예술 수요는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라는 많은 연구 결과도 있다.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은 무료 티켓이 생겨도 안 가는 반면 음악 애호가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고가 티켓이라도 서슴없이 구입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경제적인 요인보다는 바로 문화예술에 대한 취향이다. 문화예술 소비로부터 정신적인 쾌감,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는 감성 개발을 통한 취향이 형성돼야 한다. Marshall은 훌륭한 음악 즐기기는 후천적으로 형성된 취미인데 음악을 들을 수록 이런 기호나 취향은 증가한다고 했다. Becker와 Murphy, Stigler 등은 합리적 중독(Rational Addiction) 개념을 제시하면서 일반적인 경제학에서는 소비가 늘어날 수록 이에 대한 만족감, 즉 효용은 감소하지만 문화예술은 소비가 늘어날 수록 그 효율, 즉 생산성이 증대돼 이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으로 수요는 더욱 증가한다고 했다. McCain은 문화예술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를 통해 취향자본(Taste Capital)이 형성돼야 더욱 많은 소비가 이뤄진다고 했다.

이런 논의를 종합하면 문화예술 소비는 어느 한 시점에서 이뤄지지 않고 오랫동안 지식과 경험의 축적, 학습을 통해 형성(Learning by Consuming)된 취향의 외부적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취향이 강렬하게 노출된 사례가 바로 '스탕달 신드롬'이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피렌치에서 아름다운 미술품을 감상하다가 무릎에 힘이 빠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정신적인 충격에서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스탕달 신드롬을 느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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