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청소는 살면서 꼭 필요한 일이지만, 계속 반복되고 지루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청소를 해도 집이 깔끔하지 않아 기운이 빠지는 것이다. 해답이 없다면, 팁이라도 얻고자 청소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일본의 곤도 마리에라는 여성의 정리에 관한 철학과 방법을 쓴 책이었다. 청소를 효율적으로 잘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내가 청소와 정리의 개념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고, 청소할 때 정리를 하다 보니 할 일도 많고 복잡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에 따르면, 정리는 딱 한 번 하는 것이고, 마음을 비우는 작업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학창시절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방 청소를 하거나 책상 정리를 하는 이유는 정말 방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시험을 앞둔 불안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우선순위인 공부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참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시험이 끝나면, 정리 정돈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집안을 정리하거나 청소하면, 마음의 혼란이 가라앉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마음을 어지럽힌 진짜 원인은 해결되지 않는다. 매번 청소나 정리만 하다가는 일시적인 상쾌함에 속아서 실제로 해야 할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만약 방이 어질러져 있다면, 이건 사용하는 사람이 어지른 것이다. 방이 흐트러져 있는 것은 마음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이고, 겉으로 보이는 방의 모습은 표면적인 것이다. 반대로 너무 깔끔하면 더 불안하다는 사람은 그 불안함과 진지하게 마주하다 보면, 진짜 마음의 문제를 만날 수 있다.

정리나 청소를 해서 방이 깨끗해진다면, 자신의 기분이나 내면과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집 정리를 하게 되면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하면 인생도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정리의 시작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버리기 있다. 곤도 마리에에 따르면 버리기를 할 때 중요한 건 무엇을 버릴까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까라고 한다. 물건을 하나하나 만져보고 설레는가 확인한다.

우리가 정리와 청소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깨끗한 방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버릴 때, ‘내가 갖고 있어서 행복하고 설레는가?’가 기준이 된다. 자칫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이 내게는 짐이고, 정리되지 않은 나의 문제일 수 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인데, 세일가에 혹해서 샀거나, 당시에는 예뻐서 샀지만 몇 번 입지 않는 옷을 입고 내가 설레고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젠가 읽겠지 하고 스크랩해두었던 자료를 버리면, 마음의 짐은 사라지고, 내가 진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명함을 버리면,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과거에 하려고 했던 운동기구를 정리하면,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찾게 된다. 나에게는 쓸모가 없어도 다른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빨리 내놓으면 나도 행복하고, 다른 그 누군가도 행복해진다.

이번 가을에는 우리 모두 인생을 바꿔보자! 내게 필요하고, 내게 설레는 것을 남긴다면 내 인생도 필요하고 설레는 것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정리하다 보면 자신감을 찾고 내가 원하는 인생으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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