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정규 문학평론가 

현명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와의 차이, 그 중 현명한 자는 적절한 때에 쓰기 위해 기지와 지혜를 자신의 혀에 비축해 놓는다. 반면 현명하지 못한 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내뱉는다. 한마디로 현명한 자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도 소중한 자산을 낭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세상에 떠도는 상식이,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학문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 말은 곧 혀를 사용한 말을 통해 떠도는 기지와 지혜에 대한 중요함을 그리고 말을 많이 해선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의 기지와 지혜가 외부로 빠져나간 수단 방법 중 하나가 혀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밖으로 빠져나간 기지와 지혜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기지와 지혜를 말하지 않고 마음속에 비축해 쌓아 놓은 것, 그게 무엇이 됐던 나쁘지 않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묻는 말 이외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어느 때나 어느 곳에서나 남이 하는 말을 듣고 자기 자신의 속마음을 얼굴 표정으로만 나타낸다. 

재미나는 이야기에는 빙그레 얼굴 표정만을, 안타까운 이야기에는 씁쓸한 표정만을, 슬픈 이야기에는 서글픈 표정을, 그러면서 때로는 한숨만을 내뱉는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싶은데 하고 싶은 말을 입속 혀에 묻고 우물우물 넘긴다. 

기지와 지혜를 자기 자신의 혀에 묻는다. 그것이 그 사람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아무튼 기지와 지혜를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비축한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듯싶다.

말이란 조심해야 한다. 말조심을 위해서는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지 말고 자신의 혀에 비축하는 것이 좋다. 

톨스토이는 총알이 장전된 총을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알면서도,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말 또한 기지와 지혜를 쉽게 말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마음속에 담아 놓아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자신만의 기지와 지혜가 말을 통해 입 밖으로 나간다. 그래서 말하지 말라는 말이다.

아무쪼록 말이 많은 것은 좋지 않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기지와 지혜가 외부로 노출된다. 중요한 것은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내보여선 안 된다. 그래서 말이 많아서는 안 된다.

평소 말을 많이 하지 말고 혀에 비축을 시키라는 말이다. 말과 관련해 톨스토이는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주면 신은 그대를 두 번 용서할 것이다' 라고 했다.

허물을 남들에게 말하지 않고 덮어 준다는 것은 자신의 혀에 비축한다는 말로 그것 또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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