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 ·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단풍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축제의 분위기가 도로 등에 현수막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더군다나 3년간의 장기간 동안 코로나 여파로 인해 주춤했던 대학 축제와 유명 연예인 등의 대형 콘서트 등이 도심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1년 전의 이태원 압사 사고를 기억해야 한다. 축제의 열정 속에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끝마무리였다. 이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는 아직까지도 경각심이 부족하며, 사회적으로 가장 기본적인 기초질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도심지에서 출퇴근 시간에는 지금도 전쟁터를 방불케 하며, 지하철 승하차시 무질서하게 타인을 밀고 내리기가 바쁘다.

군중에 의한 압사는 다중밀집사고(多衆密集事故,  human stampede, crowd collapses) 라고도 칭하며, 사람들이 매우 밀집된 곳에서 재난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비상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때, 또는 축제나 대형 콘서트 같이 인파가 한꺼번에 모여든 곳에서 사람들에 의해 밟히거나 인파 사이나 장애물에 끼여 눌려 죽는 사고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인파가 많은 곳에선 힘을 조금만 주더라도 힘이 한 곳에 집중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면 엎어져서 신체 일부를 밟히거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이 많으면 두 발 사이의 거리가 좁아지다보니 무게중심을 잡는 것이 평소보다 어려워진다. 발을 움직여 무게중심을 잡으려 해도 다른 사람들의 발에 걸리기도 하여 쉽지 않고, 무게중심을 잃어 근처의 사람에게 무심코 기대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무게중심을 쉽게 잃게 되고, 그대로 다 같이 중심을 잃으면 그 압력에 의해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져 일어난 사고가 이태원 압사 사고다.

압사 사고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황 자체에 대한 위험성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 그 때문에 예방법이 잘 알려지거나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고는 후진국에서만 일어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종종 있으나, 생각보다 미국, 영국, 독일 같은 선진국으로 대접받는 나라에서도 종종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생활 조건을 불문하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경찰 등이 배치되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찰 인력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필자가 지속적으로 민간경비원이 교통유도를 하고, 혼잡경비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다. 

만약 사람이 몰리는 곳에 가게 됐다면 우선 난간이나 벽은 피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끼이는 것보다 한쪽에 난간이나 벽이 있을 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람과 달리 난간이나 벽에 눌리면 부피나 형태 변화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위험하다. 더욱이 그 상태에서 사람들의 압력을 못 이긴 벽이나 난간이 무너지면 그대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때 난간에 가장 가까이 붙어 있었던 사람이 제일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꼈다면, 우선 앞사람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내 팔을 가슴 쪽으로 교차시켜 가슴 앞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억지로 사람들을 밀치면서 빠져나간다면 오히려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최소한 "잠시만 지나갈게요."와 같은 말을 꺼내고, 사람들의 양보와 협조를 통해 안전하게 빠져나가야 한다.

그리고 하루속히 민간경비원을 적극 활용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전문 질서유지 경비원을 배치하는 것이 거시적으로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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