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철학박사‧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마약 청정국’이라고 한때 자부하던 우리나라도 마약의 급속한 확산으로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국가가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마약중독자로 불리우는 일명 '약쟁이'는 부모·자식도 몰라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비난하고 심지어 이들과 접촉하는 것조차 꺼렸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의 강력한 마약류 단속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약 청정국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마약을 소지하거나 투여만 해도 강경하게 처벌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많지 않다.

70년대에는 '대마초 사건'과 같이 상류층 자제나 연예계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탈 행위로 알려졌던 마약 문제가 최근에는 10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리 사회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약은 '강한 진정 작용과 마취 작용으로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며, 습관성이 있어 오래 접하면 중독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마약류취급의료업자의 허락없이 이를 복용하거나 주사하면 법률상 단속 대상이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또 이번 한 번만이라는 생각으로 마약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에 한 번 접근하게 되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때문에 마약중독에서 벗어나 회복에 이르는 길은 너무나 어렵고 험난하다.

그래서 마약중독으로부터의 완치는 어렵다. 그 유혹이 너무나 강렬해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결국 본인과 가족 모두가 평생을 재발의 위험과 싸워야 하는 외롭고도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마약이다.

이 같은 마약 관련 기사가 최근 매스컴을 타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혹은 유명 연예인들에게만 일어나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마약이 우리의 삶에 깊이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마약류의 사용이 법적으로 일절 금지되고 있다. 마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나 원료 등을 재배하거나 소지, 수출입, 매매, 매매알선까지도 금지하고 있어 이를 어길 시 현행법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러한 법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마약 청정국은 이미 옛말이 됐다. 1년 전 부터 국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한번 마약에 빠진 사람은 의지만으로는 죽음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약의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여러 차례 강조하였지만 ‘마약중독’은 신경 생물·화학적 병변이 있는 만성질환이다. 겉이 멀쩡하고 통상적 행동도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데 감시의 눈길이 없는 곳에서 결정적 이상 반응이 나타난다.

정상화하려면 망가진 부분을 고쳐야 한다. 마약중독이 저절로 좋아질 수 없고 치료 과정에도 재발이 빈번하다. 그 때문에 마약 중독자들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모든 면에 영향을 줘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다.

프랑스의 작가 F 사강은 치기 어린 선언을 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생활은 엉망이었으며, 마약을 끊기 위해 몇 번이고 마약학교를 다녀야 했다.

최근 청소년층으로 마약사범이 확산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마약사범이 무려 4배가 증가하는 등 급격히 높아져 그 심각성을 입증해주고 있다. 청소년은 무엇보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들이 육체와 정신이 마약으로 황폐해지기 전 유혹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 강력한 대응을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으로 다원화된 마약 수사 체제를 ‘마약수사청’ 설립을 통해 일원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졌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숨밖에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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