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누구도 그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그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가 지닌 인성과 품격 때문이다.

지난해 안와골절과 스포츠 탈장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을 때, 그를 괴롭혔던 건 토트넘의 주장단이었다. 요리스 주장과 다이어 부주장은 자신들의 실책을 손흥민 책임으로 전가시키며 호통치곤 했다. 오죽했으면 순둥이 손흥민이 같이 고함치며 싸움을 불사했을까 싶다.

 

손흥민 바라기들의 개명

헤리 케인이 뮌헨으로 이적을 하면서 그들은 입지를 잃었다.

포스테코 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문제가 그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간파했다. 요리스와 다이어는 벤치신세로 전락했다. 대신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차게 됐다.

헤리 케인이 떠나자 축구 전문가들은 토트넘의 추락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토트넘은 지난해 3관왕을 차지했던 멘시티를 제치고 줄곧 프리미어 리그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115일 현재 82, 무패다. 이젠 헤리 케인이 토트넘의 문제였다고 치부된다. 캡틴 쏘니의 리더십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역으로, 그가 손흥민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왕따 신세인 다이어는 요즘 풀이 죽어있다. 누구도 그와 말을 섞지 않으려 한다. 그런 그를 며칠 전 손흥민이 꼬옥 안아주었다. 다이어는 그날 인터뷰에서 손흥민에게 그동안 저질렀던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토트넘엔 손흥민 바라기들이 많다. 히살리송과 메디슨, 존슨은 히살리’, 메디’, 으로 스스로 이름을 바꿔 부른다. ---손으로 이어지길 열망하기 때문이다. 골 욕심을 버리고 헌신하는 주장 쏘니를 보며 그들은 가 아닌 우리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로메로, 우도기, 포로, 사르, 반더 밴, 비카리오 등 팀원 모두가 그를 존경한다. 젊고 유망한 축구 선수들이 가장 오고 싶어하는 클럽이 토트넘이 돼버렸다. 손흥민과 함께 뛰고 싶기 때문이다.

 

세계인을 매혹시키는 쏘니의 품성

손흥민을 좋아하는 건 적으로 만나는 상대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상대팀 감독들 또한 손흥민을 사랑한다. 쏘니가 가지고 있는 월드클래스의 실력도 그렇거니와, 그의 인성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이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경기가 끝나면 꼭 손흥민을 찾아 안아준다. 그런 그가 말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손흥민을 영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자신의 팀 에이스이자 세계 최고 공격수 홀란드보다 손흥민의 실력이 높다고 평가한다. 수 많은 경기에서 골을 넣으면서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손흥민을 그는 무척 좋아한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맨시티 미드필더 데브라이너의 소망은 손흥민과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이다.

손흥민의 이야기에는 서사가 있다. 그 서사의 중심에는 부친 손웅정씨가 있다.

가난했지만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다했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얼어있는 학교 운동장을 부드럽게 하려고 매일 소금을 뿌려댔다. 수 백 수 천 번의 슛을 시키는, 부친이자 엄한 스승에게서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키워졌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서사의 맥락은, 그 혹독한 훈련 속에서도 부친이 쏘니의 가슴에 늘 새겨주었던 고귀한 정신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헌신과 책임, 그리고 겸손이었다.

토트넘이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예단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맨시티와 리버풀, 아스널이 너무 강한데다 토트넘의 선수층이 너무나 빈약하다.

그러나 우린 그의 드라마 끝이 반드시 우승으로만 향해야 된다고 강요하진 않는다. 지금 써 내려가고 있는 그의 역사 하나 하나가 모두 감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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