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회가 또 입길에 올랐다. 자숙 대신 해외연수를 택한 결정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음주 추태로 해외연수 취소를 선언한 지 10개월 만이다. 1인당 600만원(자부담 100만~150만원) 소요된다고 한다.

도의회는 최근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를 열어 보육정책, 지방자치 탐구 등 정책테마 연수 계획안을 통과시켰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별로 운영하던 기존의 해외연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주제를 정한 뒤 희망 의원의 신청을 받아 팀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체 의원 35명 가운데 22명이 2개팀으로 나눠 연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팀은 11월 14~22일까지 6박 9일간 ‘북유럽 국가의 저출생 대응 및 유치원·보육 통합 정책 탐구’를 주제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다.

두 번째 팀은 11월 13~30일까지 6박 8일간 ‘지방자치 혁신과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진사례 탐구’를 주제로 독일, 이탈리아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또한 아니다. 다만 그동안 진행돼 온 해외연수가 본래의 목적을 잃고 예산 낭비 행사로 전락해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리포트마저 대리로 작성하게 하고, 정작 본인들은 ‘외유’에 함몰돼 온 지난 행적들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형식’을 바꾼다고 ‘내용’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민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도의회가 서둘러 해외연수를 진행하려는 까닭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엔 예산불용 처리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도의회가 빚은 물의를 도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2월 21일 유럽 연수에 나선 건설환경소방위 박지헌 의원의 기내 음주추태 의혹이 불거지자 도의회는 정책복지위·행정문화위·산업경제위·교육위원회의 등의 연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리고 입장문을 통해 “의회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도민들에게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의회가 내놓은 반성의 메시지를 보고 도민들은 나머지 의원의 해외 연수가 취소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통해 ‘아니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포기하면 1억3400여 만원의 국외출장 예산이 불용 처리되고, 반납된 예산은 내년도 순세계 잉여금으로 편입돼 시급한 민생 사업에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22명의 연수가 확정되면서 불참 의원 6명의 몫만 불용 처리될 예정이다.

10개월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 자숙의 모양새를 갖췄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왕 쓰는 김에 자숙 기간을 2개월만 더 연장해 해외연수로 나갈 돈을 내년도 민생사업에 쓸 수 있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도민들이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해외연수 예산을 반납하고 충분히 자성하는 모습이길 기대했던 도의회가 도민의 세금을 어떻게든 쓰겠다고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해외연수에 대해 도민들은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실효성 있는 연수를 통해 지방자치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했는지, ‘외유성’은 아니었는지,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는 의원들 스스로 직접 작성했는지, 연수비용 세부내역은 정확하게 제시됐는지 등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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