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필자는 마흔 한살에 초등학교 제자의 첫 주례 후 반세기 동안 400회를 훌쩍 넘었다. 전반기엔 '아들 딸 낳아 잘 기르고 부모에 효도'가 주례사의 주류였다. 2,000년대 들어서자 출생·효도보다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이 골자로 흐르더니 신랑·신부 양가 부모에게 '그냥 놔두면 달콤하게 산다. 간섭 말라'는 부탁으로 바뀌었다. 5년 전 쯤부턴 아예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생략은 애교 수준이다. 주례선생님 덕분에 다둥이를 뒀다며 붕 뜬 부부 뒤로 '결혼한 지 2년이 됐는데 소식이 없다'며 닦달하는 안타까움도 떠안아야 한다.

지난달 16일자 충청일보 ‘정부의 다둥이 정책을 환영한다’는 제하 사설이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3자녀를 기준으로 하던 다자녀 지원 정책을 2자녀로 완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분양주택 특별공급(특공) 등 양육·교육·주거 지원정책 중심으로 대상 확대다. 다만 모든 지원책의 기준을 2자녀 이상으로 통일할 경우 막대한 재정 소요가 불가피하므로 체감도가 높은 정책부터 수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돈 잔치 말고
1970~80년 대, 예비군 훈련장마다 주요 교육 프로세스 중 하나가 ‘정관수술’이던 국가 산아제한 정책은 아쉽달 것 없는 상식였다. 덜컥 수술부터 했다가 ‘사네 안사네’ 부부 금슬을 갈라놓는 사례도 이따금 있었으나 생각처럼 혼란스럽지 않았다.

최근 한국여성 초산 연령은 30세를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만 15~49세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 역시 올해 2분기 0.7명으로 사상 최저 바닥을 쳤다.(통계청 자료) 2006년부터 300조원 이상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흐름을 뒤바꾸진 못했다. 여전히 워킹맘은 양육에 허덕인다. 장려금과 육아휴가 제도 등 구호에 비해 속 타는 아이러니다. 부랴부랴 정부가 당근책을 찾은듯하다. 8급 이하 다자녀(2명이상) 공무원에게 승진 우대, 퇴직 후 10년까지 경력직 채용 응시 혜택 등 획일적 물질 지원 병행과 경력단절이 되지 않는 환경 쪽으로 해법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지난해 경제협력기구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1.8명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냥 얻어진 게 아니고 세심하게 설계한 육아 정책 즉, 아이를 마음 편하게 낳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에 정부가 앞장서온 결과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간제 일자리를 비롯해 유연한 근무제도가 바로 아이를 낳으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불안감을 해소 시킬 뿐만 아니라 일하고 덜 벌더라도 일자리를 유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충북 1위

충북의 경우, 출생아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전국 최고다. 생애주기의 변화, 2030세대가 혼인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관련 정책까지 패키지로 집행할 인구청년정책 담당관도 신설하여 결혼 출산 육아 예우조례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짐승 역시 주변 환경을 판단하여 새끼를 조절하는 법, 일과 육아병행 겹 노동이야말로 얼핏 보기조차 측은할 정도다. 잠시 아플 틈조차 없단다. 그들이 멈췄을 때 탑승한 엘리베이터의 고장보다 훨씬 클 도미노를 상상해보라. 어미젖은 우는 자식에게만 물리지 않는다. 칭얼댈 때까지 마냥 느긋할 순 없다. 아직 박수는 이르지만 충북의 특단 인구대책을 적극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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