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한현우 보건학박사·한국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평가원 감사

고의적 자해(자살)가 왜 발생하는 것일까? 타인의 생명은 물론 자신의 생명도 존중되어야 하는 데 사람들이 더불어 살지 못하고 나누어 살지 못한 결과이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우리의 삶의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자살은 개인의 생명을 잃어버릴 뿐만 아니라 남은 가족과 주변 친지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기에 개입하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살 유족은 일반 사망보다 강한 심리적, 사회적 고통을 일으킨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질병 사망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코로나19, 4위 폐렴, 5위 뇌혈관질환, 6위 자살, 7위 알츠하이머병, 8위 당뇨병, 9위 고혈압성 질환, 10위 간질환이다. 이중에서 문제되고 있는 자살을 분석해 보면 10대, 20대, 30대에서 1순위이고 40대와 50대에서 2위, 60대에서 5위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가 26.0명이며 하루평균 36.6명으로 40분에 한 명씩 자살한다는 의미이다. OECD가 2022년도에 발표한 각국 현황자료에 의하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한국이 24.1명으로 1위, 일본 14.6명으로 8위, 미국 14.1명으로 9위, 핀란드 13.4명으로 10위이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값인 11.1명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의하면 자살은 자살행위로 인하여 죽음을 초래하는 경우로 죽음의 의도와 동기를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손상을 입히는 행위라고 정의되고 있다.

2021년 전남도 청소년미래재단에서 관내 시군 5531명의 초등학생~대학생에 대한 자살실태조사에서 청소년들의 자살 행동은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 가출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며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22%가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본적이 있으며 7.3%는 실제로 자살을 계획하고 3.5%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핀란드는 20세기 내내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였다. 핀란드가 북극지방에 인접해 있어 겨울에 해 보기가 어렵고 인구밀도가 낮아 상호 교류가 부족하여 고립감을 느낀 것으로 생각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었던 1965년부터 1990년까지 25년간 핀란드의 자살률은 3배 증가하였는데 국민 정신건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노동인구를 감소시켜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했다. 1,337명에 대한 자살원인을 밝히는 심리적 부검(자살전 자살자의 행동, 주변인에 대하여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여 자살원인을 밝히는 작업)을 실시했다.

핀란드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하여 신속하게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었다. 심리적 부검결과에 의하면 자살자의 3분의 2 이상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대부분 자살 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자살과 관련된 암시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정부가 1986년부터 1997년까지 자살예방 프로젝트를 실시한 결과 1990년 인구 10만명당 30명이던 자살률은 2005년에는 18명에서 2008년 16.7명으로 떨어졌다. 세계 3위까지 올라갔던 자살 순위도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한국은 2003년 이후 OECD 자살률 부문에서 1위를 내준 것은 단 2개 연도 (2016년, 2017)뿐으로 국가재난 수준이다. 이는 경쟁과 성과중심의 사회와 빨리빨리 문화, 정신건강문제와 인식부족, 낙오자와 이방인의 사회적 고립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데 특히 10대, 20대, 30대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세대인데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국가적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교통사고 사망자보다도 더 많이 발생하는 자살사고를 사회적 재난으로 선포하여 정부와 사회 모두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과 지원체계를 개선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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