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부처님께서 대열반을 예고하신 말씀이 이차족들에게 전해지자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문안드리고 여쭈었다.

“세존께서 이제 대열반에 드시면 모든 중생들은 지혜의 눈을 잃고 다시 암흑 속으로 빠지 오리니, 어찌 바른 길을 알 수 있겠나이까? 원하옵나니, 세존께서 한 겁을 더 머무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록 수미산이 높고 넓다 하나, 끝내는 없어지기 마련이요. 큰 바다가 아무리 깊고 넓어도 마침내는 말라버릴 것이며, 해와 달이 밝게 떠있으나 머지않아 서쪽으로 지고 마네. 크나 큰 땅이 비록 견고하여 세상 만물 싣고 있으나 겁(劫)이 다해 업화(業火)가 타오를 때는 그 또한 무상(無常)으로 돌아갈 것이요. 은혜와 사랑으로 모인 것들도 결국은 떠나고 이별하리라. 과거세의 여러 부처님이 무너지지 않는 금강신(金剛神)도 역시 무상으로 변했거늘 지금의 나만 어찌 그렇지 않으랴.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 그러하나니 내 오래 머물기를 간청하지 말지어다. 공연히 나에게 치우치는 마음을 가져 다시 근심하고 괴로워하지 말지이다.”

◇앞을 가로 막지 말라

부처님께서 사리수 아래 오른쪽으로 누우셨을 때 아난을 시자로 삼기 전에 부처님을 모셨던 우파바나 비구가 부처님 앞에 나가 서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 앞을 가로 막고 서지 말지어다.” 이 말씀을 듣고 아난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25년이나 모셔왔습니다만 앞을 가로막고 서지 말라고 말씀하신 일이 없사온데 웬일이십니까?”

“아난아, 모든 하늘과 귀신들까지도 내가 열반에 든다는 말을 듣고 슬퍼하면서 사방으로 가득하게 서 있는데 우파마나 비구가 앞을 가로 막고 있어 나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니라.”

◇헤어지는 아픔도 영 없으시리

부처님께서 대열반에 드신지 7일 만에 대가섭이 도착하니 부처님은 이미 입관을 마치고 다비 준비가 끝나 있었다. 대가섭은 황금관을 자세히 부면서 마음속에 “내가 온 것이 늦어서 우리 스승님이 먼저 가셨도다. 이제 세존의 머리와 발이 계시는 곳을 알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두 발을 관 밖으로 내보이셨다.

대가섭은 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부처님의 공덕을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이 분은 나지도 늙지도 않으시고 또한 죽지도 않으시며 다시 만남 없으시리니 마음의 만남도 헤어지는 아픔도 영 없으시리. 천상에서나 인간에서나 가장 높으시고 중생을 제도하고자 복을 베푸심이 오늘에 이르렀도다. 내리신 가르침이 밝고 문명하시니 높이 받들어 공양하고자 머리 숙여 합장하고 예배하나이다.

◇법신은 영원하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그때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뒤에 정법이 얼마나 보존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법은 오래도록 존속할 것이다. 아난아, ‘우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은 영원하다.’고 생각하라. 육신은 비록 이 세상에서 거두지만 법신(法身)은 항상 여기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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