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헌아 세종심리검사연구소 소장

‘나는 오늘 아침에 스마트폰의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의 일정관리를 보고 하루 일과를 살펴보며 하루의 계획을 세웠다. 스마트폰 홈트 영상을 보면서 아침의 찌뿌둥한 몸을 깨우고 7시 건강식 레시피를 식단 앱을 통해 보면서 아침을 준비한다.

식사를 하면서 날씨 앱을 통해 하루의 날씨를 살피고 아이들과 나의 의상을 준비한다. 오늘은 천안에 있는 학교 부모교육 일정이 있어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을 켜고 오늘 강의할 곳으로 이동한다. 강의 장소에 도착한 나는 노트북과 스마트 TV를 연결하여 강의 자료를 열고 강의를 시작한다. 강의 끝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선 나는 직원의 안내 대신 식당의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준비된 식사를 기다렸다. 어랏, 직원이 음식을 서브하지 않고 서빙 로봇이 나에게 와서 음식을 준비해 준다.

강의 끝나고 세종의 나의 집에 도착한 나는 차를 집에 주차하고 세종시 어울링 공공 자전거를 타기 위해 어울링 앱을 열고 공공자전거를 탔다. 자전거를 타고 옆 동네 나의 연구소에 출근을 했다, 퇴근 후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는데 의사 선생님의 수기로 기록된 차트 대신 컴퓨터에 저장된 나의 건강 정보 데이터를 열어보고 지난 질병과 관련하여 나에게 처방을 했다. 집에 온 나는 오늘까지 은행에서 대출을 연장했어야 하는 것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스마트 폰 은행 앱을 열어 대출 업무를 은행 퇴근 시간 이후에도 볼 수 있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통해 오늘 보지 못한 지난 뉴스를 열어보고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50대에 접어든 필자의 하루 일과이다. 나의 하루 일과 중 스마트폰으로 놀이나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우리는 스마트 기기 시대에 살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아이들의 놀이는 스마트 기기를 중심으로 한 게임이나 sns 놀이, 밈 놀이, 챌린지 따라하기 등이다. 우리 아이들의 놀이 문화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1900년대 출생한 어른들 역시 청년들의 스마트 기기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인류를 어느 학자들은 신생 인류로 가칭 포노 사피엔스라고도 한다. 다만,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에 비해 인류의 진화가 빠르지 못하여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 부작용의 하나로 스마트 기기 과의존 문제다. 스마트 기기 과의존은 현저성의 증가, 이용 조절력 감소, 문제적 결과 초래 증상을 의미한다. 현저성이란 머릿속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과 관련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 증상을 말하며 자기 조절력 감소란 스마트 기기 사용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그만두기를 원하지만 그만두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하며 이러한 현상들로 다양한 문제, 신체적 증상, 정서적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 등을 초래할 경우 과의존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스마트 쉼 센터에서 과의존 증상에 대한 체크리스트에서 7/10로 과의존에 속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이 스마트 기기 사용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즉,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거나 시간을 조절하는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마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된 현시대에서 스마트 기기 과의존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딱 한 가지 강력한 방법 그것은 이용 조절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매우 중요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힘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조절이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어려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음식을 탐닉하고자 하는 자기 조절의 어려움으로 과체중이 되고, 놀이를 하고 싶은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여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쉬고 싶은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여 발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기기를 언제 어디서든 사용하는 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스마트 기기 특히 언제든지 휴대하는 스마트폰의 사용이 과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을 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어른이 된 우리는 스마트폰에 과의존되는지 모르게 많이 사용하면서 자녀들이 쉼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윽박지르고 사용을 제한하는데 이것이 옳은 훈육 방법일까?

우리 아이들은 부모인 저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친구들 혹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고 그 시간 동안은 저희가 관여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사용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것은 곁에 있을 때 일시적인 사용 제한 방법이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이 어떤 영상을 보고 있는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SNS 내 폭력이나 볼링은 없는지? 알고 있을까요? 그러기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조절하고 스마트 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사용은 건강하게, 안전하게, 똑똑하게, 즐겁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 폰 사용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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