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을 최초 발사했지만, 2단 로켓 점화에 실패해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다. 8월 24일 2차 발사 때는 1단부와 페어링(1단과 2단 연결부위)이 2단 추진 단계에서 비정상 비행한 끝에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이번 우주발사체는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북한은 주장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며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 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해서 발사 후 705s(초)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주장했다. 향후 당국의 세밀한 분석에 따라 진위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자신감있는 발표로 보아 기술적 진전은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실패를 자인했던 두 차례 발사 때와 단적으로 달라진 것에는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다. 5월과 8월 1·2차 발사 때 발목을 잡은 2단 로켓 관련 기술을 보완하는 데 러시아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북한이 쏜 군사정찰위성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행위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에 전력을 기울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군사정찰 위성이 ‘전쟁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눈 뜬 장님과 천리안과의 대결과도 같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봐도 명확히 알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승전을 자신했다. 그러나 번번이 패하고 있다. 치명적인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러시아가 패퇴를 거듭하는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 위성이다. 일론 머스크는 위성에서 신호를 보내서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스타링크’를 통해 전쟁 결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머스크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터넷망이 끊긴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제공하며 전투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왔고, 이는 러시아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 그것을 본 북한이 기를 쓰고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모한 도발이다. 진정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같은 도발은 북한에 득이 될 게 없다. 국제적 고립만 자초할 뿐이요, 불리한 상황만 연출하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 구분없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회 차원의 대응에도 나섰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3일 국방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기로 했다. 정보위원회도 23일 열릴 예정인 전체 회의의 시기와 안건을 조율해, 국정원 보고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9·19 군사합의’를 깨려는 정부에 대해선 우려가 된다. 이는 최소한의 억지장치다. 가뜩이나 남북대화가 단절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양측의 반목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마저도 없으면 양 측을 묶어둘 수 있는 제약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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