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예정된 충북도교육청과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 간 공식면담이 불발됐다. 

이번 자리는 그간 진보·보수 간 갈등을 빚는 대안학교인 단재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개교 시점 등에 대해 각자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면담이 불발된 데 대해 도민행동은 "충북교육청은 비공개 일정이 외부로 알려졌다며 일방적으로 일정 연기를 통보했다"고 도교육청의 빈약한 문제해결 의지를 문제 삼았다.

반면 도교육청은 "면담 연기 요청은 사실이지만, 상호협의하에 변경한 것"이라며 "'일방연기'란 표현은 유감"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면담은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한 비공개 자리였으나 일정이 외부로 알려져 일정변경을 요청했다"고도 말했다.

도교육청 입장에서는 단재고에 대한 면담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면담을 통해 자유로운 의사를 나누자면서 대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싫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처사다.

이는 윤건영 교육감의 단재고 정책을 공감하는 이들에게도 다소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이번 자리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한'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게 옳은가 싶기도 하다.

아마도 도교육청의 이번 요청은 윤 교육감의 발언을 일부 발췌해 곡해하는 일부 집단들을 의식해 비롯된 것 같다.

그래도 도교육청의 이번 면담 연기는 단재고의 개교 연기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단재고 관련 철학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비칠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국감·행감의 질타로 만들어진 요식행위로 해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고 한다.

선비는 오이밭에서 신발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도 고쳐 매지 않는다.

아무리 민감한 사안이라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 사려 깊은 행동을 해야 하며 누군가에게 오해받을 행동 역시 해선 안된다.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다면 또 제삼자가 봐도 합리적인 교육정책이라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정론(定論)이다.

만약 상대방이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경청하고, 수용하며 합리적 대안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반대 측 역시 정치적 또는 진영 논리를 배제하고, 비난을 위한 비난을 멈출 필요가 있다.

단재고는 앞으로 충북을 대표할 도내 공립 대안학교가 되야 한다.

과거 교육 정책에만 얽매여서도 안되고, 작금의 교육 현실만을 적용해서도 안 된다.

또 극히 일부의 학생만을 위한 학교가 돼서도, 보편적 가치만을 지녀서도 안 된다.
이는 아주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10년, 100년 이후의 학생에게도 진학 선택지로 꼽힐수 있는 그런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진보와 보수 각 진영이 가진 아집을 내려놓고,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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