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악화돼 가고 있는 남북관계에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점층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남북 갈등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에서 비롯됐다.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10시 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

28일에는 당시 ‘천리마-1형’에 탑재된 ‘만리경 1호’가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 등을 촬영했다고도 주장했다.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이야기이고, 미국을 겨냥해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악관, 펜타곤,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 등을 촬영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정찰위성이 한반도는 물론 미국령 괌과 하와이 등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군사기지를 촬영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북한이 쏜 군사정찰위성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결의를 북한은 무시했던 것이다.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지난 27일 소집된 안보리회의에선 발사의 정당성을 두고 한국과 북한 주유엔 대사가 상반된 주장을 이어가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긴급회의에서 “현재 5000개 이상의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데 왜 북한의 인공위성만 문제로 삼느냐”고 항변했다.

위성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전적으로 거부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럼 미국은 위성을 쏠 때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투석기로 날리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 결의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며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차원을 넘어 거의 조롱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에 있다. 이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억지 장치’의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9·19 군사 합의는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이다. 여기에는 ‘판문점선언’에 담긴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군사당국자회담 정례화 등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명시돼 있다.

합의 파기를 선언한 북한은 즉각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를 복구하고 병력과 중화기를 배치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27일 북한군이 9·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한 DMZ 내 GP에 장비와 병력을 투입한 상황을 포착한 감시장비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2018년 상호 시범 철수한 GP 11곳에서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해안 일대 해안포 진지의 포문을 개방하는 경우도 급증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대 강’의 국면이다. 제동장치 없이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와 같다.

냉정하고 면밀하지만, 여지를 두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 한다. 감정적 대립과 마찰의 악순환은 공멸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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