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상현 선경세무법인 대표‧세무사

국세청은 대규모 세수 부족에도 올해 세무조사를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이기로 한 방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은 하반기에도 세무조사 감축 기조를 유지해 올해 세무조사는 역대 최저치인 1만3600건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든 요즘 경기 현실에서 그나마 세금 족쇄라도 풀어준 것은 정부가 정말로 잘한 일”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국세청이 불경기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세무조사 부담을 갖지 않고 오로지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얼마나 경기가 어려우면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사업에 열중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상황이 됐을까 한편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이런 ‘따뜻한 배려’를 한 국세청 상황은 말 그대로 초비상이다, 적어도 세수 면에서는 처절한 환경인데도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세금의 원천이 바싹 마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연초부터 세수 펑크는 기정사실화 됐었다. 세수 부족이 얼마나 더 커질지 줄어들지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다행(?)스러운건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세수 부족분이 기존 전망치인 59조1천원 보다 1조 줄어든 58조 원 가량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세수가 부족한 이유를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세 수입 감소의 주요인은 특정 세목의 부족이 아니라 법인세, 부가가치세, 양도세, 종합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목에서 발생된 것이다. 경제를 돌리는 기업과 경기 관련 세수의 부진이 그대로 읽혀진다. 경제가 위험하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금을 거두는 국세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부족한 세수를 생각하면 세무조사라도 불사해야겠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운 납세자의 사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납세기업이 신경 쓰는 세무조사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다만 신고내용의 사후검증 카드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세금을 내는 납세자나 세금 거두는 국세 당국이나 메마른 우물가에서 참 답답하다.

국세청이 대부분 중소기업 등 세정지원 대상에 대해 세무조사는 안 한다고 천명했지만 사후검증은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또 이미 부과된 세금에 대한 현금 위주 체납징수는 대폭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곳곳에서 목청이 높아지기도 한다.

국세청으로서는 당연한 임무를 수행하는데도 적지 않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납세자 입장에서는 ‘귀찮게 안한다고 해놓고 무슨 소리냐’는 분위기다.

선심이 넘치면 상대방에게 욕심을 일으키게 하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국세청이 어려운 경기를 감안해 지원 세정을 강화하자 정상적인 세정집행마저 간섭이 되고 규제가 되는 현상도 어렵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경직을 풀기 위해 내린 조치가 경직의 강도를 더 느끼게 하는 상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다. 이미 그려진 구도에서 움직이는 것이고, 문제는 경기고 경제다.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 세제는 경기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살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세금이 안 들어오는 구조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정쟁이고, 시급한 경제 법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먼지만 쌓이고 있다. 정말 큰 일이다. ‘왜 세금이 걷히지 않는가?’만 따져지고 있다.

이래저래 국세청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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