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이희영 배재대 기초교육부 교수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있다. 웹소설 산업 분야이다. 2023년 발표된 웹소설 분야 산업 규모는 1조 390억 원, 이용자 수는 587만 명, 웹소설 기업의 선두 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페이지는 웹소설 분야 매출 추정액은 4200억 원 내외였다.

이러한 성과는 최근 10년 만에 만들어낸 비약적인 성과이다. 2013년 100억 원이었던 산업 규모와 비교하면 10년 만에 100배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또한 웹소설 이용자 수, 기업 매출액도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웹툰 및 드라마화 등의 2차 저작 가능성이 열려 있다. 웹소설 산업 분야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이다.

웹소설은 모바일을 통해 소비되는 상업소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순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장르문학을 뿌리로 하는데, 곧 웹소설 시장 규모가 출판(순문학)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적 성장의 가장 큰 기반은 수익화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과거 PC통신 시대의 장르소설은 1차로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2차로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만 책으로 출판되었다. 그리고 책 대여점 등을 통해 소비되며 수익을 창출했다. 이 시기의 장르 소설 시장에서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 쉽지 않았고, 설사 그 기회를 잡아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안정적으로 벌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그 시절의 글쓰기는 취미 영역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웹소설은 바야흐로 글을 써서 어느 정도의 안정적 수익을 거두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모바일 환경 안에서 회당 결제되는 웹소설의 소비 방식은 영상 콘텐츠의 수익 방식과 닮았다.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을 분절하여 뒷내용을 궁금하게 함으로써 독자의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로 인해 ‘좋은 이야기를 쓰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명제는 현실이 되었고, 취미로만 머물렀던 글쓰기는 직업이 되었다.

웹소설은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한번 써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다. 그 결과 의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웹소설을 연재했다가 큰 수익을 얻어 의사를 그만 둔 작가, 한 작품으로 100억 이상의 수익을 거둔 작가, 성공한 한 작품으로 수익을 연금처럼 받고 있는 작가 등의 신화적 롤모델이 탄생했다. 이들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웹소설 시장에 뛰어 들었고, 웹소설 작가 20만 명 시대가 열렸다.

그 덕에 웹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들이 담겨있는 콘텐츠가 되었다. 겉으로는 글을 써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지만, 작품에 담겨있는 욕망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로맨스 소설에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녀는 때때로 위기를 겪지만 본인의 능력과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낭만적 사랑을 실현해 낸다.

판타지 소설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성장을 거듭하며,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 내는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구원해 낸다. 무협소설에는 인간이 지켜야 할 의로움의 가치가 등장한다. 어마어마한 무술 능력을 뽐내는 고수들의 모습이 등장하면서도,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은 협(俠)이라는 가치를 지킬 때임을 주지한다.

이러한 웹소설 주인공들의 모습은 오늘날 현대인들의 욕망을 대변한다. 치열한 사회 속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멋지게 해결해 내고 능력을 인정받는 것, 낭만적 사랑을 쟁취하는 것, 모든 결과가 옳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 이런 꿈들이 웹소설에서 실현되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실현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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