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함께 좌초시켰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은 ‘방송 3법’과 함께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이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 의석을 다 합쳐도 이 같은 찬성을 얻어내긴 어렵다.

한덕수 총리의 발언을 보면, 정부가 이 두 가지 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의 근거는 이렇다.

노란봉투법은 교섭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했는데,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에 예외를 두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는 불법파업을 조장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방송 3법’ 또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개정 목적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됨으로써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아울러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 당사자들에 이사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 기능이 형해화(形骸化)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적잖은 노동자의 희생을 딛고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었었다.

이 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혜와 불법파업 조장 우려’라는 정부의 입장에 반해 야당과 노동·시민단체의 주장은 이렇다.

노란봉투법이 복잡한 원·하청 구조 아래에서 노동조합이 사용자 쪽과 안정적인 교섭을 하도록 하고 손해배상·가압류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이를 위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 원청으로 교섭 대상을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대한 손배 청구 소송을 낼 때 모두한테 책임을 묻지 않고 개별 가담자의 배상 범위를 특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방송3법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을 권력이 아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있었다”며 “그 첫걸음이 바로 방송3법 개정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거부권 행사는 “그러한 국민의 요구를 내동댕이친 것”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국민의 염원마저 무시한 행태”라는 반발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점이다. 이들 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담보하고 있기에 이번 거부권 행사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윤 대통령이 임기 시작 1년 반 만에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6건에 이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는 이승만(45건), 박정희(5건), 노태우(7건), 노무현(6건), 이명박(1건), 박근혜(2건) 등이었다. 점차적으로 계속 줄고 있다. 전두환,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 땐 0건이었다. 거부권을 행사는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리다. 그러나 그것을 행사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뜻에 반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협치와 상생은 실종되고 대립과 갈등만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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